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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May 24. 2020

첫 생일


 우리 딸의 첫 생일이다.

 코로나 여파로, 가족끼리 조촐하게 축하했다. 비록 소규모였지만 그 의미는 배가 됐다. 양가가 모여 아이의 행동 하나에 웃음 지었고 행복했다.


 아이는 마이크를 쥐었다.

 처음에 청진기를 쥘 듯하다가 돈을 보고 손을 가져가더니 결국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의 내면에는 여러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듯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바라던 청진기로 가다가 돈이 역시 최고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마이크를 쥐면서 두 손을 번쩍 든 것은 아로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내내 아나운서가 되면 좋겠다고 바라던 참이다.


 외할머니는 심지어 판사가 되길 바랐다. 직업의 종류가 요새는 수천 개가 넘는데, 아이가 커서 일하게 될 직업분야를 골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재밌었다.

 아내는 붓을 쥐길 바랐다. 학식이 높아서 사람들에게 지성을 갖춘 사람으로 대우받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서로의 뜻이 다를 지라도 마음은 한 가지다.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는 것. 사회에서 대우받고 사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기왕이면 흔히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


 꼭 들어맞진 않지만, 성공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누구보다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 도전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장님을 보며 많이 배웠다. 대기업도 아닌 분야에서 40년 간 열정을 바친 끝에 해당 분야의 국내 최고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검소하다.


 쌈밥을 즐기고 구내식당에서 3,800원짜리 점심식사를 한다. 연매출 1,000억 회사의 오너인데, 근처에 나갈 때면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와서 직원들을 나눠준다.


 첫째로 겸손하게 꾸준히 노력한다는 점, 둘째, 성공의 반열에 올랐어도 정도를 지킨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아이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일 년의 인생을 사느라 고생했을 딸이 대견하다. 또 아내의 노고에 무한 감사하다. 행복한 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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