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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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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Oct 08. 2021

아내가 울었다


 이직한 직장에서 늦는 나를 기다리는 아내

 직장생활은 끊임없는 증명의 연속이다. 직원은 성과를 내야 한다. 능력이 부족하면 시간을 더 투여하더라도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나는 적응이란 이유로 주말도 없이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두 아이 육아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 되었다. 어려운 점은 밤새 막내 아이가 깬다는 점이다. 막내는 8개월이 되었는데도 혼자 잠에 들 줄 모른다. 아내는 새벽에 5번씩 깨면서 막내를 돌본다.


 오늘은 회사에 가려는데 막내가 깼다.

 아내가 피곤하다며 막내를 재우고 출근하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다. 30분은 실랑이했을까. 도저히 잠들지 못하는 막내를 어찌할 바 모르고 있을 때, 아내가 나타났다.

"당신 늦었으니 얼른 가요. 내가 재울게요."


 천사 같은 아내는 내가 양치질을 하러 간 사이에 소파에 앉아 막내를 돌보았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내였다. 힘들지만 힘들다 표현하지 않던 아내가 지금껏 정말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숨이 나왔다. 부족한 남편을 만나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사랑하는 아내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사람이다. 야근하는 나를 대신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사력을 다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밤을 새워야만 퇴근하는 나로서는 그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으로 울었다.

 아무 말없이 아내를 안아주고 나왔다. 마음이 아팠다. 전 회사는 중견기업이었지만, 워라벨이 지켜지는 회사였다. 앞길도 창창했던 내가 왜 대기업을 경험해보겠다고 대기업 계열사로 옮겨서 이렇게 고생을 하나 싶었다. 가족의 희생을 뒤로하고 일하고 있는 원망스러웠다.


 주여, 우리의 피난처가 되어주시옵소서. 내 아내의 건강과 삶을 늘 지켜주시옵소서. 눈물이 기쁨의 환희로 바뀔 수 있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여. 주님 밖에는 우리를 구원하실 분이 없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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