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펑펑 오는 밤

by 미농

눈이 내린다.

펑펑 내린다.


잠들 준비를 해야 할

여덟 시 반,


딸들은 잠들 줄 모른다.

"와, 눈이다"


"눈, 눈이야, 눈"


눈을 보느라

눈이 동그래졌다.


오늘 밤

잠자긴 글렀다.




아이들의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그럼 나갈까?


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아내에게 등짝을

얻어 맞고는

다시 안 간다고 했는데


아내는 더

옳은 말을 한다.


"여보,

아이들한테는 거짓말 치지 마,

한 번 한 말은 지켜"





아홉 시가 가까운 시간,

꽁꽁 싸매 입고 나갔다.


두 자매는

물 만난 고기처럼 논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뭐가 그리 재밌을까?

싶다가도 나도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눈 내린 나뭇가지,

눈 내린 풍경

눈이 나리는 모습


눈을 이불 삼아 누워보니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낯설다.


결정이 마치 먼지 같이,

익숙지 않게 내린다.


내리는 눈을 맞고 있다 보니

이제 삶의 마지막을 걷는 사람 같다.



이제 끝인가
나도 그럴 날이 오겠지





피어나는 햇살 같은

우리 아이들은 웃음꽃밭에서 논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큰 감사함을 느낀다.



이 행복이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 행복은 늘 기억할 것이다.


내 인생에 늘 은은히 남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집중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