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게 어쩌면 아빠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by 미농

얘들아,


아빠는 둘째 아인이가 6개월 되었을 때,

대기업 재직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옮겼어.


그리고 그 대가는 참혹했지.






예쁜 네 얼굴을 볼 수 없을 만큼 바빴고,

공채출신과의 차별도 감내해야 했어


경력직이라고 해도

신입의 입장에 가까웠지


마음으로만 눈물을 흘리며

너희의 생일에도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했어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집에 가고

주말에도 늘 회사에서 업무를 했어야 했으니까


내가 힘든 것보다도

너희들을 볼 수 없음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러고 나서 옮겨온 자동차부품사

이곳은 워라밸이 정말 좋았어


내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오 하나님, 급여를 반절만 주셔도 좋으니

칼퇴할 수 있는 워라밸을 허락해 주세요."라고 말했었거든.



전능하신 하나님은

그 바람을 이루어주셨어


그것도 아주 쉽게.

그렇게 3년 하고 반년이 되어가네







이제 아빠는

마지막 도전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어.


나이는 서른일곱이야.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얘들아 그래,

이게 어쩌면 아빠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가는 회사마다 인정받았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곳저곳 옮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지


자신감이 있었어 너희들 둘,

그리고 너희 엄마까지는 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몇 번의 거절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지금쯤 되니까

자신감이 정확히 반쯤으로 줄어들었어


그래도

이를 악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속으로 되뇌고 있어






너희들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아빠는 너희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서 잠깐 살아보려고 해


유럽이든 미국이든

너희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넓어질 수 있도록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에 조금 더 자극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넓어질 수 있도록






정확히 11년 전에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위해

거금 2천만 원을 꺼내셨어


그리고 미국으로

6개월 간 교환학생을 보내주셨지


그게 아빠의 인생엔

최고로 큰 도전이었다


그 도전을 해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인생을

1% 정도 다르게 살게 되었어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빠도 이제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전을 하려고 해


아빠의 소중한 것은

지금 워라밸을 지켜주는 회사

지방치고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

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커리어였지만,


과감히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

너희들과 그리고 나, 아내를 위해서


우리의 도전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야


얘들아 이게 어쩌면 아빠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마지막 도전일지도 모르지






최후에는 다시 터벅터벅

한국에 돌아와서 갈팡질팡하며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될지도 몰라


그래도 너희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미루거나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오랜 나의 생각이었고 희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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