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눈을 보다가
내리는 눈을 보다가
레포트 하는 걸 잊곤
멍하니 사색했다
눈발은 거세지고
아 그래, 첫 눈이지
연인에게 소식를 전했다
사진을 찍다가
바깥 풍경과 조우하다가
나무들이 우두커니 버티고 선 걸
보며 부끄러워졌다
저 추위와 설움
저 설움과 살얼음
저 살얼음과 억울함
저 억울함과 추위를
그 추위를 견디며
인내를 싹 틔우는구나
나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무는 저리도 제 자리를 지키고 섰는데
나는 어느 자리를 지켜야 하나
추운 날
손 시려도 스타킹을 팔던 노점상인은
오늘도 오매불망 단골 손님을 기다리는데
나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누가 내 의미가 되어줄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