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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6. 2016

리얼 마흔

2016.02.16

진짜 마흔이다. 그토록 발버둥치며 버텼것만 결국 마흔이 되었다.

그래도 마흔 전에 아이들을 만나 다행이다 싶다. 물론 아이들은 아빠의 생일 축하를 해주지 않았다. 아침부터 똥기저귀 하나를 내놨을 뿐.

유준이도 우재도 쑥쑥 자라고 있다. 아이들 자라는걸 보면 내 나이 먹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아빠를 놀래켰던 유준이는 45일만에 4.7kg의 건장한 아기가 되어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우재는 5.2kg으로 유준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유준이는 아직 폐에서 그르렁 소리가 나고, 우재도 눈꼽과 음낭수핵인지, 브랄 속에 혹인지를 갖고 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오늘 아침에는 유준이가 똥을 싼지도 모르고, 재우려 엉덩이를 수백번 두들겼다. 나중에 아내가 발견했을 때, 똥은 이미 두부처럼 잘 숙성이 되어있었다. 유준이 궁뎅이와 함께.

그래도 착한 유준이는 울지 않았다. 어쩌면 기저귀를 가는 것이 더 귀찮았을지도.

아직 사무실이다. 다가올 불면의 밤을 생각하면 집에 가고 싶지 않지만, 고생하고 있을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또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유준이의 아무 생각 없는 눈과, 우재의 ‘쭈글이 표정’이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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