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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6. 2016

유준아, 미안하다!!!

2016.02.23


오늘은 유준이에게 사과부터 해야겠다.

이건 아빠의 오판이었다.

비록 네가 분유를 110ml나 먹었다 하더라도, 또 그 시간이 명민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새벽 2시였다 하더라도 네가 그 직후 먹은 것 이상의 똥을 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됐다.

그러나 아빠는 누워도 ‘잉잉’, 안아줘도 ‘잉잉’, 안고 걸어도 ‘잉잉’하는 너의 아우성을 그냥 ‘잉잉’으로만 받아들였다.

1시간 넘게 너와 씨름 한 뒤, 혹시나 싶어 40ml를 더 먹였을 때서야 알아챘다. 너의 그 힘찬 입술이 곧 너의 배고픔을 말해준다는 것을.

네가 분유병에 공기소리가 나도록 다 빨아 먹은 뒤 아빠는 분유 20ml를 더 만들었다. 그것 역시 오판이었다. 처음부터 40~60ml를 만들었어야 했다. 네가 그마져 단숨에 다 빨아먹고 또 입술을 오물오물하고 있을 때에야, 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래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아라. 다음부터 네가 똥을 싼 뒤에는 꼭 분유를 추가로 먹여주마.

그리고 또 ‘쭈글이’라고 부른다고 화 내지도 말거라. 일단 네는 분유를 먹고 트림을 하기 전에는 온몸을 쭈그리는 버릇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쭈글이’를 연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너의 형제 우재는 하도 ‘악악’거려서, 외할머니께 ‘아가리’라는 더 없어보이는 별명을 얻었으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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