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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6. 2016

10년의 약속

2016.02.24


어제는 정말 맥주가 먹고 싶었다.

멕시카나 순살치킨 몇조각에 맥주 한캔만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바로 이 맥주!!!

그러나…아들녀석들은 쉽사리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비교적 우재는 쉬웠다. 낮에도 많이 잤지만 몇번의 바둥거림과 트림 뒤에 다시 잠들었다. 밥도 잔뜩 먹었다.

유준이는, 낮 2시부터 안자고 버티고 있다는 ‘쭈글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밥 조금 먹다 우유병 꼭지를 뱉고, 배가 불러서 그런가 싶어 누이면 바둥거렸다. 누워도 바둥바둥, 안아도 바둥바둥, 엎어도 바둥바둥…그냥 바둥바둥.

10시반쯤 간신히 재웠다고 생각했다. 숨소리도 새근새근 나왔다. 이제 조금만 더 안정이 되면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준이는 유준이였다. 30분도 되지 않아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공갈 젖꼭지를 물려줘도 금새 뱉었다. 기저귀를 갈아줘도 소용이 없었다.

1시간 가까이 씨름하다가 ‘어제의 교훈’이 생각났다. 40ml를 먹였다. 미친듯이 먹는다. 40ml를 추가했다. 10ml 정도를 남겼다.

이때다 싶었다. 포만감에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녀석에게 사력을 다해 아양을 떨었다. 그러나 실패!!!

결국 아내가 일어났다. 그리고 우유를 더 먹었는지, 젖을 더 먹었는지 어쨌는지 유준이는 잠이 들었다.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었다.

사실, 두 녀석 모두 안자고 있을 때는 속으로 ‘약속’을 했다. “지금 너희 두놈이 잠을 자서 내게 맥주를 허락한다면 10년 뒤 너희들 생일 때 너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겠다”고.

자연스럽게 이 약속은 무효가 됐다. 맥주를 허락한 것은 아들놈들이 아니라 자다 깬 아내였다. 잘됐다.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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