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철 Apr 17. 2023

크리에이티브 근육 단련하기

안도다다오_살아있길 잘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유명한 일본인 건축가 안도다다오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바로 권투선수 출신이라는 것이다. 운동 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창의력도 근육을 키우듯이 단련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력을 단련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에 대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답이 있다. 창의적인 작품들을 많이 보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이 접하고 감상하다 보면 창의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창의적인 작품들을 많이 보고 접하는 것은 창의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작가 중 한명은 일년에 150번 정도 전시회를 간다고 한다니 창의적인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은 창의성을 향상시키고 안목을 키우는 데 분명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족할까? 창의성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실제로도 직업에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 때 마다 막막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과 경험과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안도다다오는 위대한 작품이나 경이로운 자연을 접하게 되면 이런 말을 하곤 한다고 스스로 말한다. ‘살아있길 잘했다’. 어떤 작품에 감동할 때 또 다시 ‘살아있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고 혼잣말로 그렇게 내뱉곤 한다는 것이다. 살아있길 잘했다는 말은 대상물에 대한 감탄과 삶에 대한 사랑이 담긴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탄과 사랑이 바로 크리에이티브를 키우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빛의교회 - 안도다다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그대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지혜로운 사람이란 모든 것에 감탄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내가 접하는 대상을 허투루 보지 않고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박웅현 cd가 많이 인용해서 유명해진 대학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이다. 보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들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니 자세히 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말 앞에 나오는 '심부재언'이라는 글귀다. '마음이 없다면'을 뜻한다. 연결해서 보면 마음이 없다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대상물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삶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문인 유한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않더라.’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아는 것 이전에 그 대상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경험하고, 사랑하고, 감탄하는 삶을 살아가길.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의 근육을 단련하는 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