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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철 Apr 27. 2023

아트와 결합시켜라

태평염전 솔트 갤러리 - 김상일 대표 

핸드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핸드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내가 공채로 입사했던 대홍기획 입사시험 문제 중 하나이다. 분량제한은 없고, 장르도 자유였다. 지금도 tbwa가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적 깊이를 묻는 시험문제를 자주 출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당시에도 대행사 입시문제엔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 지원자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살펴보려고 하는 문제가 자주 출제 되었었다. 핸드폰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 그리고 어떤 현상들이 펼쳐질까.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써내면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공학 전공자도 아니고, 사회학 전공자도 아니어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잘 써내려 갈 자신이 없었다.      


피천득의 인연 

문득 좋아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피천득의 인연이다. 피천득은 수필집 ‘인연’에서 아사코와의 인연을 다음과 같이 그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핸드폰이 없었기에 가능한 인연이 아니었을까. 평소에 좋아하는 수필이라 저 구절을 외우고 있었고, 핸드폰이 없는 세상이 된다면, 피천득과 아사코의 인연처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싶다고 적었다. 이로 인해 합격했으니까 피천득의 인연이 어쩌면 나와 광고계의 인연을 만들어 준 문학작품이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힘이 있다. 저 입사시험도 문학(예술) 작품과 연결시켰기 때문에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예술에는 힘이 있다.      

태평염전, 태평소금 김상일 대표님과 말씀을 나눈 적이 있다.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태평염전은 솔트 갤러리, 아트 레지던시 활등을 통해 인구 2800명에 불과한 신안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지금은 아티스트들이 협업하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으며, 주민들도 그 변화를 반기는 지역으로 변모하였다. 지역주민들의 소득도 올라가고 태평소금의 매출도 3배 이상 증가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태평염전 기획전시관 - 사진공모전 수상작품


예술과 결합하라.

김상일 대표님은 디즈니코리아 영화사 대표 출신인데, 예술과의 결합을 특히나 강조하셨다. 서서히 매출이 감소해 가고 활력도 사라져 가는 지역을 예술과 결합시켰더니,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예술 자체에도 힘이 있지만, 예술과의 결합도 힘이 있다. 젊은 시절 방문했던 네덜란드 고흐 미술관의 정원의 ‘go to a museum as often as possible’.라는 글귀는 인상적이었다. 그 후에도 박물관과 전시관에 자주 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디어를 가져다준 다양한 전시회들.

신기하게도 막혔던 아이디어들이 미술관에서 받은 영감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bmw 지면광고를 집행할 3가지 제품을 어떻게 한 지면에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당시에 소실점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시가 도움이 됐다. 이외에도 서도호의 ‘집속의 집’ 전시는 이케아 팝업 스토어 캠페인에 도움이 되었고, 세종문화회관의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전 및 리움 미술관의 아니쉬 카푸어 전도 bmw와 이케아의 광고를 총괄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전시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이후 그냥 돈만 많았던 도시인 뉴욕이 세계를 리드하는 도시가 된 것은 예술의 힘이 컸다. 그중에서도 뉴욕의 피카소라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을 앞세운 예술 문화 전쟁에서의 승리한 것도 한몫을 했다. 예술과 문화의 힘에 대해 소개한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소개한 동선을 따라 5번가를 갔고, 센트럴파크 동쪽을 갔고, 소호를 갔고, 첼시를 갔다. 문화가 흘렀던 경로, 자본이 흘렀던 경로를 따라다녀 봤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예술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고, 새로운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막혀 있는 문제가 있다면, 예술과 결합시켜 보면 어떨까. 모든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영감을 떠올릴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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