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의 주거는 2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회사가 준 숙소에 살거나, 이사 신청을 한 후 내 차례가 되면 내가 살 곳을 스스로 구해서 사는 방법. 회사 숙소에 살면 좋은 점은 한 달에 한 번씩 방역서비스, 메인터넌스 문제가 생기면 2-3일 내에 고쳐준 다는 것. 그리고 항시 거주하는 세큐리티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미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 지가 언 13년.. 퇴근을 하고 나서는 사실 회사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다.
1년을 조금 넘게 기다려서 내가 이사할 차례가 왔고, 나만의 공간을 찾아나섰다.
취향을 고려한 곳은 음.. 나중에 우리 집 지을때 하는 걸로 하고, 내가 고려한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
1. 안전(건물 내 상주하는 세큐리티), 주변 거리 내가 출퇴근 시간에 나와 다니더라도 안전함 느낄것
2. 출퇴근 거리
(사실 내 로스터는 주 5일, 6일 출근이 잦다. 차를 사지 않을 계획이라 출퇴근 거리는 트래픽과 물려도 30분 넘지 않을 것)
3. 소음 (아무데서도 잘 자는데 그래도 메인 도로는 피하고 싶다. 아직도 여기는 클락션 울리는게 자연스러운 도로들이 많아)
남향, 햇살 커뮤니티 시설들 이런 건 처음엔 고려사항에 있었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들어오는 이런 시기에 모든 것을 다 고려하기엔 사치였다.
좀 괜찮다 싶은데 보고 돌아서면 taken, not available..
이삿짐 정리 끝내자 휴가라서 아부다비 갔다가 한국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
내가 이 집을 고르면서 한 가장 큰 실수가 바로 내 침실 아래층에.. 24시간 까락 챠이 (진하고 달게 마시는 밀크티) 집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지내는 공간은 호텔들과 레지던스 건물들이 있고 유동 인구가 적은 구역이다. 그래서 유일한 이 곳의 까락 챠이집은 해가 지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거기에 더불어 옆에 막 시작한 건설현장의 인부들이 출근 전 들러서 까락 챠이 한 잔으로 그들의 하루를 연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가 이 찻집의 피크타임이었다. 여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낮보다는 저녁시간에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사람들의 이야기소리는 사실 잠을 자는 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차 안에서 차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클락션을 빵빵 거리는 소리에 깊은 잠에서 여러번 깼다. 건물 관리인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3층에 곧 누군가가 나간다, 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꼭대기 층은 에어컨 쿨링팬들이 둘러쌓여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었다.
알파 공간인 이 곳에 책상 두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름 괜찮았는데..
비가 온 날 결정적으로 나는 이 집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억수같이 비가 쏟아내린 12월 중순. 사막에 이렇게 비가 내릴까 할 정도로 비는 퍼부었다.
이날 캡틴이 감기에서 막 회복했다고 했는데, 하루종일 함께하는 더블섹터에 내가 감기가 옮았나보다. 다음날 코가 막히고 목이 간질거려 병원을 다녀왔는데...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비가 비가...
깨진 벽 사이로 흘러내려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다. 여기 뿐만 아니라 창문과 벽 사이에 물이 뚝뚝.
위험했던 건 대리석 바닥 사이로 흥건하게 생기는 물 때문에 그날 저녁 침실을 쓰기 무서웠다. 화장실가다가 자빠링 할까봐
비는 그쳤지만 다음날까지 누수는 계속되었다.
저 냄비에 밤새 물을 3번을 비웠으니. 6리터는 족히 받아냈겠다.
건물 메인터넌스팀이 와서 확인하더니.. 배수구를 청소하면 된다며 기다려보라고 했다. 어떻게 하는지 봤더니, 남의 집 창문을 통해 배수구 청소를 했더니, 쏟아져 나오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들의 해결책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
1. 비오기 전에 배수구 청소를 하겠다.
2. 벽 사이는 매꾸는 작업을 하겠다.
3. 도하에 비 많이 안오니 괜찮다?????
일단 첫 번째 배수구 청소를 하기 위한 엑세스가 다른 사람의 집을 통해서 가야한다면. 만약에 그 사람들이 집에 없거나, 금요일이라 메인터넌스 팀이 없으면 나는 또 이 상황을 맞이해야하는 것이다.
그래 두번째 해결책, 당연히 해야지.
엥??? ㅋㅋㅋㅋㅋ 이게 정말 꼭지 돌게하는 말이었다. 해가 가면 갈 수록 도하에는 비가 많이 오고 그 양도 많아지는데. 사막이니 비가 안 온다는 걸 해결책에 곁들여 내다니.
지나고 보면 에피소드가 될 거라고 하지만.. 내 거처가 되어버린 소파..
웃픈 현실.
메인터넌스랑 건물 매니저랑 낸다는 해결책이 같길래, 건물 관리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허접한 내 컴플레인 이메일을 변호사 친구가 집 계약서를 참고해서 고쳐주었다. formal 한 어투로 무장한 이메일은 건물 관리인을 움직였다. 이메일을 보내자 30분만에 전화가 왔다.
해결책
1. 3층 플랫
2. 자기네들이 관리하는 다른 빌딩의 플랫
이 두 가지 방법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야하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2달치 월세를 내야하는 것을 내지 않기 위해 분쟁위원회 신청을 하고.
그 과정을 찾아서 읽는 것 만으로 어깨가 꿍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보러가는 플랫이 마음에 들면 좋겠다 생각했지.
다행히 내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괜찮은 집인 것 같았다. 이 집은 내가 사실 하우스 헌팅하러 다닐 때 보고 싶었던 집이었는데, 빨리 나가는 바람에 볼 기회가 없었는데. 돌고 돌아 이렇게 나한테 오는가 싶었다.
입주해 있던 사람이 어제 이사를 나가서 어수선 했지만, 청소하고 수리할 부분들 마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지금 집에 없는 전자렌지, 화장대도 있다.
다가오는 일주일 비행이 빡빡해서 짐.. 또 싸기 시작했다. 이사비용 지원도 없고 추가로 생기는 월세 부담금을 한 번에 내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남은 12개월의 계약기간을 소음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년에 아주 좋은 일이 가득하려고 월말에 액땜할 일을 크게 주는가 싶었다.
주거의 안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직격타로 맞아봤네. 1년 계약이라도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데.. 요즘 부실 시공으로 골머리 앓던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의식주. 입고 먹고 지내는 곳. 1차원적이지만 정말 한 사람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