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 1년 계약이 끝나가면서, 찍먹한 수준이긴 하지만 나름 회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1.회사는 수많은 개인 사업체들의 공동체일 뿐이다.
첫 취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회사에 속해서 빨리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 집단에 속하면, 자동으로 원팀으로 끈끈해지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달려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전형적인 드라마 ’미생‘ 으로 사회생활 배운 자의 오해랄까).
입사하자 마자 나의 이런 편견은 박살 났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와 목표로 그 회사를 ‘이용’ 하고 있었다 (좋은 의미의 이용이다).
워라밸, 돈, 본인의 목표,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닐 수 있어서 등등...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지 맹목적으로 취준을 하며 잠깐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2.그로므로, 정말 다 알아서 해야 한다.
나는 마케팅 직무로 입사했다.
떨리던 첫 출근날 영업팀에 인사하러 갔을 때,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알아서 잘 살아남으세요
약간 이런 느낌을 기대했던 것 같다, 신입 왔다고 도열이라도 해서 나에게 관심을 주고 성장을 착실히 도와줄 거라는 망상?
현실은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고, 생각보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내 밥그릇 잘 챙겨 먹어야 했다, 마치 정글처럼.
3.사람이 중요하다.
난 스스로 사람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에 대해 자신감 있었던 것 같다.
돈을 내고 다니는 곳에서의 사람 관계는 나에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학교, 학원 등에서는 안 맞으면 그냥 X 까고 살면 되었으니까.
근데, 돈을 벌어야 하는 곳에서의 기본적인 사람의 됨됨이, 성향이 맞고 다르고가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직장 생활 20년 넘은 부장님도 업무가 아닌 ’사람들이 싫어서‘ 퇴사하는 것 보고, 일과 관련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나의 노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천운의 영역이라는 것을 배웠다.
4.정말 배울만한 사람 하나만 있으면 확 달라진다.
나는 그 시절 한 영업팀 이사님(곧 상무님으로 승진하셨다)을 존경했다.
그는 일로도, 인성적으로도 배울 만한 점이 많은 분이셨다.
그 이후 5년을 더 회사원으로 살면서, 그와 같은 롤 모델을 회사에서 만난 적, 많이 없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약만료를 기다렸고, 동시에 정규직으로 합격한 창문 만드는 회사는 안 가는 게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미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세련되게 어른스럽게 거절할까.
나는 머리를 굴리면서 프로 구직러 답게 계속 구직에 전념했다.
어떻게든 가고 싶은 회사의 정규직이 되어서 명찰 간지 나게 메고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