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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Feb 03. 2024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을 시라고 하였다

올페

-김종삼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만든 얘기다



나는 죽어서도

나의 직업은 시가 못 된다

우주복처럼 월곡(月谷)에 둥둥 떠 있다

귀한 시각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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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세상이 열리기 전인 신화의 시대에 가장 향기로운 시인이 있다면 오르페우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사였다. 아르고호 원정에서 세이렌을 노래로 제압하고, 폭풍우마저 재운 영웅이었다. 가장 섬세한 직업인 시인, 가장 강인한 직업인 전사라는 변증법적 역할을 수행하는 영웅이었지만 최후는 분명 비극이었다.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죽자, 저승으로 가서 하데스에게 연주를 들려주며 깊은 울림으로 모두를 울음으로 만들었다. 결국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저승 입구에 갈 때까지 에우리디케의 손만 잡으며 뒤돌아보면 안된다는 조건하에 풀어준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두 연인은 저승입구까지 무사히 왔지만, 올페는 아내가 잘 따라왔는지 궁금해 실수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결국 이들은 두 번째 이별을 겪으며 살아서는 영원히 만날 수 없었고, 올페는 다른 모든 여인들의 사랑을 거부하다가 여인들의 시기를 받아 몸이 찢겨 죽었다. 그때 그의 직업은 시였다. 도무지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극이지만, 올페의 행동은 가장 낭만적인 시적 선택이었다. 에로스에 타나토스가 있듯이, 올페는 에우리디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올페의 실수는 에우리디케 뿐 아니라, 스스로 자살을 택한 것이다. 이후 자신의 실수를 참회하며 이승에서 그 어떠한 여인을 만나지 않았고 결국 비참한 최후-시적 최후를 맞이 하였다.



 올페의 숭고한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그에서 시작한 숭고한 사랑의 계보학-단테와 베르테르로 이어지는- 단지 신화가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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