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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Feb 21. 2024

마들렌, 바람 그리고 '기억'

향기로 잃어버린 시간이 비자발적으로 회상되는 효과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로 시간을 기억한 것- 후각적 자극으로 기억을 회상하는 것은 단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을 독일어로 번역한 벤야민의 표현으로는, 무의지적 기억-비자발적 기억의 매개체로 '향기'를 지적한 것은 문학에서 시작되는 과학적 접근법이다. 나에게 프루스트 효과를 주는 것은 접해본 적 없는 마들렌이 아니라, 바람이다. 강하게 이는 바람!

 바닷가에서 해변에 이는 바람, 등산을 하며 산에서 느껴지는 바람, 대도시에 버스정류장에서 불어오는 바람 등 같은 바람일지라도 냄새가 다르고, 그렇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연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경이로운 존재이며, 그 아우라와 조우하며 감각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향기를 맡는다. 바람을 맞으면, 비자발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떠오르며 그 기억은 곧 잃어버렸던 감정들이 스며든다. 설령 그 감정이 기쁨이던, 슬픔이던 소중한 것이며, 인간에 대한 헌사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슬픔으로 담기 힘든,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은 곧 '트라우마'가 된다.
트라우마를 두고, 인문주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일 것이다. 벤야민처럼 '기억'하거나, 장자처럼 '망각'하거나.

 내게 다행이라면 슬픔을 넘는 트라우마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내게 불행이라면 경험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공감하는데 서툴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야민처럼 '기억'을 말하고 싶다. 그 기억이 너무나도 끔찍하더라도, 조심스럽게 극복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애정 없이 극복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며 같이 이야기하며 울고 싶다. 신영복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처럼, 감정에 함께 젖어가고 싶다. 문학이 해야 할 일은 이것이고, 또 다른 말로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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