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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Aug 01. 2023

<촛불의 미학>서평:불꽃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대한 몽상

<촛불의 미학>, 가스통 바슐라르, 마음의 숲

프랑스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자 시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과학자이고 과학자 중에 가장 훌륭한 시인이다.


 그의 시학서 중 마지막 시학서이자, 생의 마지막 저서인 <촛불>은 그의 고독한 몽상, 촛불이 우리에게 주는 시적 몽상을 다루고 있다.


 그의 시학은 기본적으로 4원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사람의 상상계는 물, 불, 흙, 공기라는 원형적, 우주적 질료 이미지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전까지 그의 시학서에서는 각각의 물질들의 정신과 이미지를 탐구해 왔다. 그러나 <촛불>에서는 오직 한 줄기 몽상, 촛불 몽상만 다룬다. 그의 첫 시학서인 <불의 정신분석>에서 그가 관찰한 네 가지 불의 정신이 있다.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 엠페이도 클래스 콤플렉스, 노발리스 콤플렉스, 호프만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모두 불이 극단적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정신활동들이라는 것이다. 즉, 바슐라르는 불의 변증법적 속성을 그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관찰했다.


촛불을 통한 몽상

 <촛불>에서는 조금 더 심화적으로 불의 변증법적 속성-특히 촛불을 통한 몽상에 관해 다룬다. 불꽃은 형이상학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온갖 내적 모순을 품은 존재로 보며, 질량은 없는 존재이지만 강력한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예로부터 현자들이 고요히 어두운 곳에서 불꽃을 보며, 고독이 지배하면 사유를 불러와 무수히 많은 꿈들을 제공한다고 봤다. 타오르는 소리, 깜빡거리는 모습, 공기에 쉽게 흔들리는 이미지, 수직 상승성 등을 보며 우주적인 존재-비존재의 물음들, 몽상(아니마)과 사유(아니무스) 모두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괴테, 보셰르, 노발리스 등 천재 시인들의 시가 촛불로부터 비롯됨을 보이고, 이를 분석한다.


몽상의 시학

 그의 몽상의 시학에서 핵심은 시적 이미지의 새로움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존재의 맨꼭대기인 초의식과 맨 아래인 원형의 소통으로 몽상한다. 그래서 밝은 빛에서 멀어지되, 여전히 깨어있는 상태에서 몽상한다고 말한다.


상상력

그의 상상력 이론, 특히 질료적 상상력은 인간을 우주와 연결시킨다. 이 상상력은 원형적 차원으로 넘어가고자 할 때 발동한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몽상을 하더라도, 우리는 꿈을 꾸는 만큼, 세계에 살 수 있다. 세상을 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생의 욕구라, 좀 더 넓은 세계, 아름다운 세계를 살고자 하며 그래서 상상해야 한다.


마치며

1980년대 남진우, 기형도, 황인숙 등으로 구성된 시운동은 바슐라리언들이었다. 당시 민중시에 안티테제 격인 바슐라르의 시학서 중 마지막 저서라 남다르게 느껴진다. 잠언과 시적 언어의 중간의 성격을 띠는 문체, 처음 보는 예술가와 시인들이 많아 읽는 데 있어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촛불 아래 고독한 몽상, 그 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두고두고 읽을 듯싶다. 아직 초보 바슐라리언으로써, 앞으로도 계속 그의 시학을 읽으려 한다.


#인생책

#바슐라르

#촛불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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