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 《아이 틴 더 유》, 자음과 모음, 2021
남진우 평론가는 소설을 두고 '타락한 시대의 초상'이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다소 불쾌한 진ㅣ실을 드러낸다. 정대건의 단편 소설 『아이 틴 더 유』는 이 수식이 놀라울 정도로 들어맞는 작품이다.
우선, 데이팅 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런 앱을 성 해방과 연결시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성적 타락으로 규정해야 할까?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에 가깝다. 물론 ‘타락’이라는 고상한 기독교 뉘앙스가 나는 용어를 빌려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데이팅 앱 사용이 에로스(eros)의 상실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본다.
알랭 바디우는 그의 저서 『사랑예찬』에서 현대인의 ‘안전한 사랑’을 비판하며 프랑스의 데이팅 사이트들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사랑이 안전한 영역 안에 갇히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고.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틴더를 비롯한 데이팅 앱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사랑의 퇴화, 혹은 경화(硬化)에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총체성이 몇 장의 사진과 짧은 문장만으로 설명되고 소비된다. 스스로를 하나의 상품처럼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 에로스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단면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이 틴 더 유』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죽은 에로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틴더라는 매개체를 통해 뜻밖에 아가페(agape)적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아마도 을(乙)의 연애라는 공통점을 공유했기 때문일까? 호와 솔, 이 두 인물은 사람, 사랑, 그리고 사회에 지친 존재들이다. 그들은 틴더라는 다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소외된 존재로서의 연대감을 느낀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단순히 타락한 에로스의 현실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로스적 관계 속에서 아가페적 연대를 포착해낸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매끄럽게 읽힌다. 생각보다 수위도 높지 않고, 성적 묘사에서 대상화의 느낌도 거의 없다. 반면, 신촌과 종로를 배경으로 한 생생한 묘사는 작품에 리얼리티를 더한다. 데이팅 앱을 단순히 타락한 현상으로만 보아왔던 내 관점을 흔들어 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연대가 필요한 곳은 지옥이다”라는 존 버거의 말이 떠오른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공간에서 연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묘하게 역설적이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후반 부에 나온 '아이 틴 더 유'라던 마성의 문장이 이 소설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