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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Sep 21. 2023

노무현 정신은 계승할 만한 것이 되는가?

-마르크스주의자가 본 두 가지 ‘노무현 정신’

 노무현 정신은 계승할 만한 것이 되는가? 

-마르크스주의자가 본 두 가지 ‘노무현 정신’     


성인화 된 노무현의 진실     

 민주당에게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넘어 일종의 신성한 성인이다. 민주당 당대표나 대선 후보들은 5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민 사회나 심지어 일부 진보 정당도 노무현 정신을 말하거나 계승하겠다고 말한다. 마치 노무현을 개혁진보의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개혁적이었는가? 초기 국가보안법 폐지, 정치 개혁 등을 추구하려는 ‘척’했지만 2004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고도 끝내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 좌파 진영에 대한 탄압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파병까지 했다. 대선 후보 시절, ‘반미면 어떻냐’라던 그의 파격적 언행은 결코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좌파 진영에서도, 우파 진영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으며 힘없이 퇴장한 노무현 정부는 분명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그리고 우파에게 정권을 내주며 MB정부를 탄생시킨 주범이다. 이후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강압 수사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며 ‘이명박에 맞선 투사’급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며, 패잔병 취급 받던 친노세력은 다시금 주류가 되었다. 노무현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친노 진영을 살려냈고, 이후 노무현 정신 계승을 자처한 문재인 정권 역시 똑같이 촛불 염원을 저버렸다. 그런데도 민주당 진영에서는 마치 노무현을 성인처럼 추앙하고, 일부 민주당에 대한 환상이 있는 진보 진영에서도 노무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혁 염원 대중을 배신하고, 지배자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굴복한 노무현 정신 따위는 노동계급의 이익을 지지하는 좌파들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두 가지 노무현에 관하여

그럼에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노무현과 문재인 같은 민주당의 지지자들과 개혁을 염원하는 평범한 민주당 당원은 분명 다르며, 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중 하나는 다른 좌파적 대안이 너무나도 빈약해 현실적인 진보적 대안을 찾지 못해서다. 민주당은 국민의 힘처럼,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일지라도, 민주당 당원들마저 전부 우파적이라고 환원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현재 민주당을 지지할지라도, 분명 우파들보다 진보적이고 개혁 혹은 변혁에 대한 염원이 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지지자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노무현 정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전기 노무현 정신: 탈권위적 반골 기질의 휴머니즘

 흔히들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가 있다. 심지어 우파들도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면이 있다. 경제는 못했지만, 사람 냄새가 난다고들 말한다. 진보 진영도 ‘사람 노무현’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보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도 ‘인간 노무현’의 정신은 어느 정도의 프로메테우스 정신은 높게 사 줄 만하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상고 출신의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나 변호사로 호의호식 할 수 있었지만 인권 변호사로 독재 정부에 맞선 그의 인간 노무현은 휴머니즘과 반골 기질이 있었다. 당시 안정된 지배 계급과 같은 삶 대신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현장을 오가며 싸우는 ‘아스팔트 민주주의자’ 노무현은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한다. 이런 ‘인간 노무현’의 정신은 (매우 제한적일지라도) 프로메테우스 정신이며, 개혁 배신의 후기 노무현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 노무현은 인권변호사 노무현에 비해 조금 더 미약해졌다. 이는 공식 정치권에 들어간 만큼, 현실과의 타협을 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정부인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결코 김대중의 우익화 행보에 반대한 적 역시 없다. 그럼에도 3당 합당 반대의 정신,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 비주류의 정신 등등 그는 기성 정치인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한 젊은 반항아였다. 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사민주의 정치인으로 볼 수는 없어도 그의 언행을 보면 포퓰리즘적인 모습도 보인다. 딱 여기까지가 전기 노무현으로 볼 수 있다. 당내 비주류였던 노무현이 진보 염원 대중인 노사모의 지지를 받아 드라마틱하게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까지가 전기 노무현, 인간 노무현이다.  

특히 노무현에서도 남아있는 긍정적인 면 중 하나는 ‘인간 노무현’의 탈권위주의이다. 실제 정책과 달리, 적어도 노무현은 소박한 인물이다. 총재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정치인들  판에 옆집 할아버지 같은 노무현은 분명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고 이런 대중들의 심정에는 기본적으로 공감을 해줘야 한다. 물론 말로는 탈귄위를 내세우면서도 국가보안법으로 좌파를 탄압한 지독한 위선적인 인물일지라도, 평범한 대중들이 열광하는 노무현 정신 중 하나가 바로 ‘탈권위주의’이다. 즉, 평범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있을지라도 노무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전기 노무현, 인간 노무현의 모습이다. 대중들이 노무현을 통해서 표현하는 욕구는 인간 승리의 아이콘, 탈권위주의, 비주류의 반격, 진보 염원, 서민을 위한 정치인이지 절대 지배자들이 말하는 개혁 배신이 아니다.     

후기 노무현 정신: 개혁 염원의 배신자

 반면 후기 노무현은 평범한 대중들의 적이다. 대통령 노무현은 진보 염원 대중을 배반하고 좌파를 무참히 뭉개어버린 악의 축이다. 룰라에 비해 부족하고, 차베스랑 질적으로 다른 정치인 노무현은 부르주아들의 수호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추진, 이라크 파병, FTA확대, 미약한 복지 정책 등 그의 악행은 차마 다 나열하기 힘들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은 조금 애매한데, 인간 노무현 정신과 대통령 노무현 정신을 혼재해 사용한다. 이재명 같은 경우, 봉하마을에 가서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전기 노무현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대통령 노무현을 가리키는지 애매하다.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만큼, (진보적이던, 보수적이던)참여정부를 평가할 때 적어도 실패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 점은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 사이에는 공식정치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우경화를 겪었고, 모종의 ‘단절’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마치 모종의 단절을 인정하지 않은 체, 참여정부의 개혁 배신을 묻어가려고 한다.      

전기 노무현은 사회주의를 향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앞에서 꾸준히 언굽했듯,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을뿐더러, 지지자들의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전기 노무현의 (미약한) ‘프로메테우스 정신’은 분명 혁명적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로 넘어오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마치 레닌이 전기 나로드니키의 정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최종적으로 마르크스주의자 된 것처럼, 분명 진보 염원 대중들이 말하는 전기 노무현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자라고 볼 수 없을 지라도, 좌파 정치, 더 나아가 근본적 변혁을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좋은 교두보가 될 것이다.      


마치며

 대중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을 단지 ‘개혁을 배반하고 뇌물 받아 자살하자는 정신’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사람이라면 평범한 민주당 지지자들을 우파라고 배척하기보다 그들이 혁명적 정치로 오기 위해 논쟁해야 하며, 그 교두보를 인정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인간적으로 노무현에 대한 혐오감과 민주당에 대한 환멸이 들지라도, 당과 지지자는 분리해서 봐야만 한다. 혁명은 진리를 아는 소수가 하는게 아니다. 민주당 그 자체는 적일지라도 평범한 지지자는 잠재적 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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