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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Oct 04. 2023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라는 지배자들의 진지전

콜론타이는 이렇게 말했다


1.'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라는 지배자들의 진지전

 지난 8월 말, 국내 첫 레즈비언 부부라고 할 수 있는 김규진씨와 김세연씨의 아이가 태어났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법적으로 레즈비언 부부가 성립하지 않아, 법적으로 부부의 지위를 얻지 못했지만 많은 언론은 이 부부의 출산을 주목했다. 화제와는 별개로 늘 혐오로 가득 찬 인터넷 댓글과 우파 커뮤니티에서는 이 둘을 비난하는 여론이 대다수이다. 방구석 찌질이들 뿐 아니라, 퀴어 축제가 열릴 때면 하이애나 마냥 '개독'이라는 기독교 우파들도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혐오발언을 한다. 혐오의 사회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이 둘의 사랑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조혼인율은 1000명당 3.7명으로 또 한번 역대 최저를 계신했다. 출산율도 0.78로 다시 한번 최저치를 갱신했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는(통계에 따라 상이하기) 수십조에 달하는 예산을 부었지만, 계속 하락하는 경향을 막지 못했다. 원인은 누구나 어렴풋이 안다. 단지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삼포를 넘어 n포세대라는 용어가 몸으로 체화되기 시작한 시대에, 나 혼자 먹고 살기 바쁜데 가정은커녕 연애도 힘들게 느껴진다.

 강신주 박사는 가족을 ‘자본주의가 파괴했던 공동체의 마지막 형태. 아니, 정확히 말해서 자본주의가 파괴하지 않고 남겨둔 마지막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흔히들 의지하는 가치는 가정에서의 유대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이다. 연인과의 사랑뿐 아니라 타인과의 대는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무기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이러한 연대를 가족에게만 허락한다. 계급연대로 번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계급차원에서의 연대를 분열시키고자 지배자들은 늘 계급투쟁을 한다. (알렉스 켈리니코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용어-기동전과 진지전-를 빌려오고자 한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는 지배자들의 기동전이다


 반면, 오늘날 지배자들은 진지전도 수행하는데, 바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강화이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핵심 키워드는 ‘헌신’이다. 가족을 위해 경제적으로 헌신하는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와 가족을 양육하는데 헌신하는 어머니를 강조한다. 이런 가정에서 양육되는 아이들은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고, 인생의 핵심적 가치로 삼는다. 그래서 늘 경쟁교육에 시달린다. 대학에 가더라도 취직을 위해 계급 안에서 경쟁한다.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형성하기 위해 경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간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은 흔히 볼 수 있는 반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관한 의문은 차마 제기할 수 없다. 동거만 봐도 부정적 여론이 높은 한국에서,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은 ‘숭한 것’으로 치부된다. 분명 지배자들은 기동전보다 진지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즉, 기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부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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