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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중배상>

by 꿈꾸는 곰돌이

영화 이중배상: 사랑과 누아르

사랑과 누아르는 원래 서로를 부정한다. 사랑은 타자에게 기꺼이 자신을 건네는 약속이고, 누아르는 피로 스케치하는 허무주의의 맹세다. 하지만 <이중배상>은 이 두 개의 역학을 한 프레임에 겹쳐놓는다. 여기서 사랑은 구원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파기하는 계약, 곧 파국을 가동시키는 점화 장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사랑은 공모이며, 누아르는 범죄의 그림자라기보다 관계의 방식이다.

나는 기형도의 시-질투는 나의 힘처럼, 사랑을 헤메었다. 아니, 헤메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중

그러나 결국 사랑이 파국으로 이른 누아르를 보며 반성하기도, 교훈을 얻는다. 삶을 파멸로 이끌면서 완성되는 사랑의 마력, 그것은 누와르의 빛과 그림자의 변증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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