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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Nov 06. 2023

추악함으로 당당히 숨쉬기, <말도로르의 노래>

반자본주의 사색가

 <말도로르의 노래>     


 반자본주의의 천재 중 관렴론의 계보가 있다. 철학에서는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류의 안티 헤겔류가 있다면, 문학에서는 사드, 보들레르, 카프카, 그리고 한국에서는 유독 언급되지 않는 로트레아몽이 있을 것이다.


분명 로트레아몽 백작은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이자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였던 것은 맞으나, 시대를 잘못만난 천재였다 그의 생에는 너무 불우했다. 니체와 동시대를 살면서도 후대에 가서야 인정 받았다는 점, 파괴적인 문학과 안티로고스적인 태도는 니체와 매우 닮아있다.  당시 낭만주의던, 고전주의던 선의 미를 추구하는 문학 속에서 로트레아몽이 숨쉴 곳은 없었고, 철저히 비주류가 되어 보불 전쟁속 젊은 나이에 비참하게 죽는다. 하이데거 이후 니체가 주목받은 것처럼, 로트레아몽은 후대의 초현실주의자에 의해서 주목받는다. 물론, 한국에서는 더더욱 주목이 늦어져 80년대가 들어서야 첫 번역 시집이 나왔고, 문학도 사이에서도 별로 읽히지 않았지만 서구 초현실주의자 예술가와 문학도 사이에서는 전설의 분명 시인이자 현대시의 개척자 중 한명이다. 후대에 주목받는 이유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하는 상류층 중심의 문학에 정반대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체를 부활시킨 포스트구조주의처럼, 로트레아몽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시초이기도 하다.  로트레아몽은 악마를 빌려 노래를 했고, 그 노래가 바로 <말도로르의 노래>이다.


 동시대 상징주의의 선구 시집인 <악의 꽃>에서 퇴폐미를 보여줬지만, 그 농도는 말도로르의 노래가 훨씬 더 깊은 심연에 있다. <악의 꽃>이 외설적인 정도에 머물었다면, <말도로르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반기독교적으로 세상의 온갖 악을 노래한다. 도덕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반항하는 영웅” 말도로르가 소름 돋을 만한 사악하고 부도덕한 짓들을 잇달아 저지르면서 신에게 반항하는 것이 주된 노래의 흐름이다. (그마저도 일종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가기 때문에, 정확한 스토리를 파악하기 힘들다)

     

 ‘빨지 않은 병원용 천으로 만들어진 수의로 덮여진 육체가 천치 같이 오랍스럽게 그 왕자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스스로 창조주라고 자처하는 자였다!“처럼 반기독교적인 문구는 물론, ”만약 대지가, 바다 기슭의 모래알처럼, 이들로 덮여 있었다면 인간 종족은 무서운 고통에 시달려 전멸할 것이다“처럼 인간에 대한 저주적인 노래도, ”나의 호흡에 제동을 걸고, 여자의 질을 쳐다볼 때처럼, 잠시, 도중에서 멈출 시간이다“처럼 외설적인 노래도 한다. 반기독교, 반휴머니즘, 여성 비하적인 노래로 세상의 온갖 추악함을 노래하는 로트레아몽은 분명 천재이며,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이다. 읽을수록 불쾌하지만, 그런 혐오스러움을 만들어 낸 로트레아몽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이 시집은 질풍노도한 나의 청소년기의 폭정과 닮아있다. 그런 점에서 비판적으로 삼되, 당시 로트레아몽이 비판했던 기독교적 질서-그들만의 문화에 대한 '망치들기'는 예찬하며 구제할 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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