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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Nov 30. 2023

<고스트 스토리>: 사랑이 끝나면 영화도 끝난다

아우라 상실의 시대 사랑의 의미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불과 10만 달러로 만들었다는 저예산 영화의 한계와 단조로운 플롯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많은 사유를 환기하도록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어 유령이 된 c와 남겨져 무거운 슬픔을 겪는 m의 이야기이다. 유령이 된 c는 m의 집에서 계속 머물며 m이 상처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나 c는 점차 슬픔을 이겨내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결국 집을 허물어 떠나게 된다. m은 떠났지만 c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m이 남긴 메모를 꺼내 읽는 순간 c는 사라지며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적 소제는 사랑일테다. 사랑은 영화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으로,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었어도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영화를 진행시킨다. c에게 사랑이란 에리히 프롬이 말한 "실존에 대한 해답"으로, 죽음을 초월한 존재자로서의 존재근거다. 귀신으로서 쉽게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을 무겁게 눌러주는 주춧돌이기도 하다. 중반 파티에 등장하는 남자는 인간의 삶이 허무하다며,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염세주의다.  사랑이야말로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며, 영화를 진행하도록 만드는 신성스러움이다. 감독이 뜬금없이 염세주의자를 출현시킨것도 영화를 진행시킴으로써 염세주의를 반박하고 사랑을 예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알랭 바디우의 <사랑예찬>에서는 사랑에 대한 철학계에서 다뤄지는 논의를 언급한 뒤, 진리 구축으로서 사랑에 대해 말한다. 바디우에게 사랑이란 아주 우연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연인)의 무대’가 각종 시련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을 유지하며 영원을 획득해가는 과정이다. 사랑이 이기적으로 흘러가는 이유도 '둘의 무대'라는 신성함에서 기인한다. 서로의 자유를 침인정하지 않고 소유하려고 하며 결국 집착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허무한 인생을 '둘의 무대'로 만들어주는 사랑의 신성함 때문이다. 그래서 c는 m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둘의 무대'에 서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영화가 끝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쪽지를 보고 갑작스럽게 소멸하는 이유는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 사랑은 '죽으면 끝'이라는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를 뚫고 나와, 죽어도 사랑이 있는 한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귀시인 c는 리비도가 복귀하지 못하고 방황하기에성불하지 못하고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c는 리비도의 망령이다, 그렇다면 c를 소실하도록-영화를 막을 내리도록 만든 쪽지의 내용은 무엇일까? 관객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애도를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을 테이고, 바디우식으로 말하자면 사랑을 종결하는 것이다. 애도를 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사랑을 끝낸다는 것이다. 멜랑꼴리 상태였던 m이 결국 떠난 이유도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슬프게도 '망각을 통해' 애도를 마쳤기 때문이라 추측가능하다. 그러나 영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c는 아직 애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끝내 애도를 표하는 쪽지를 보고 리비도의 집합체인 유령 c는 애도 작업을 받아들여 사라지게 된다.


 분명 단조로운 플롯과 허술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끝나면 영화가 끝난다는 간단한 사랑의 성질을 보여주는 걸작 영화다. 이 영화가 가치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종말에 임박한 에로스의 초월적 성질을 예찬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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