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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Dec 02. 2023

<에로스의 종말>, 사랑을 재발명하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사는 삶을 위하여


<에로스의 종말>, 사랑을 재발명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 시대, 사랑이-무엇보다도 에로스가 위협받고 있다. 저자는 <에로스의 종말>을 통해 '사랑 같지 않은 사랑'을 비판하고,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나르시즘은 에로스에 있어 최대의 적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채찍이 아닌 당근을 통해 주체를 성과주체로 전락시키고, 결국 타자와 멀어지게 만들어 나르시즘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 결과 에로틱한 욕망은 포르노 속에서 사그라들고, 혁명적인 욕망은 없어진다. 무기력한 로고스를 풍부하게 만드는 에로스에 대한 예찬과, 에로스가 점차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를 다룬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은 정말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이 책에서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의 인격화가 바로 나란 사람일 것이다.     

 ‘둘의 경험’을 강조하는 <사랑예찬>이라는 명저를 쓴 또 다른 ‘사랑 전문가’ 한병철의 글을 통해 서문을 여는 이 책의 핵심은 여타 훌륭한 ‘사랑에 관한 인문학책’처럼 사랑의 수호, 즉 에로스의 수호를 위한 책이다.      

 1장 멜랑꼴리아에서는 오늘날 자아의 나르시스트화 경향에 대해 다룬다. 나르시스트화는 타자가 침식되고 사라지는 에로스적 경험을 소멸시킨다. 그래서 그것이 우울증-멜랑꼴리의 원인이 된다. 에로스와 우울증은 이항 대립의 관계 속에 있다. 에로스는 주체를 잡아 타자에게 내던지지만, 에로스는 주체를 자기 속에 추락하도록 만든다. 오늘날 성과주체는 자아를 계속 파묻어 익사시킬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은 에로스 밖에 없다. 사랑의 대상은 나를 나르시즘의 지옥에서 탈출시켜 준다. 이는 분명 타자의 선물이다.     

 2장 할 수 있을 수 없음에서는 조동사를 강조하며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현 사회 체제가 사랑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지 않도록 하는 성과사회, 더나아가 그 모든 원인인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3장 벌거벗은 삶은 부정성의 부재로 오늘날 사랑은 소비와 쾌락적 전략의 대상으로 쪼그라든다고 말한다. 사랑은 부정성을 잃은 체, 조용하고, 편안하고, 과잉과 광기 없이 편안한 상태라 소비의 공식에 따라 적응된다.      

4장 포르노에서는 3장의 연장선에 있는데, 에로스의 적수로서의 포르노를 말한다. 포르노는 성애 자체를 파괴하고, 죽은 섹스를 즉감하게 만든다. 세계의 포르노화 역시 에로티즘의 비속화이며, 결국 에로스는 포르노로 비속화된다. 포르노는 무엇보다 신성한 에로티즘의 특징인 제의적 축제와 놀이가 결여되어 있다. 안전한 자극을 넘어서지 않는 오늘날의 사랑처럼, 포르노 역시 신성한 에로티즘이 파괴되어 있다.      

5장 환상에서는 새로운 경계가 타자에 대한 환상을 철폐한다고 말한다. 타자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며, 환상이 위기를 겪는데, 이 지점에서 에로스이 종말을 찾을 수 있다.      

6장 에로스의 정치에서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에로스를 단순한 성애와 포르노가 대체하면서 사회 전반의 탈정치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공동의 행위가 불가능하고, ‘우리’가 아닌 ‘나’만 있는 곳에서 정치는 점차 사리진다. 에로스의 혁명적 욕망 역시 사라진다.     

7장 이론의 종말에서는 플라톤의 향연을 이용해 에로스가 사유를 이끌고 유혹하는 기능을 본다. 에로스 없는 로고스는 무기력하다고 하며, 플라톤 말을 인용해 에로스를 지혜의 친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철학은 에고스를 로고스로 번역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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