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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Nov 08. 2022

생리 전 증후군에 더 깊어지는 우울증을 어이할꼬.

우울증 치료 200일 -


내가 잠을 잔 건지 , 잠이 날 잔 건지 알 수 없는 밤이 흘렀다.

“엄마 굿모닝!” 귓가에 울리는 아이의 명랑한 목소리. 그.. 그래.. 굿모닝이구나. 아이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귀가 울린다. 그간 없었던 이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으라차차! 힘찬 하루!”를 외치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래야 힘이 날 것만 같았으나 묘하게 공기가 변해있었다. 스스로가 날이 서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낮의 우울 저자 앤드류 솔로몬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울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다."라고


그렇다. 난 지금 활력이 뚝 떨어진 상태이다. 동태 눈깔 같은 눈을 하곤 멍하게 주변을 보고 있었다.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와 (그러면서도 2초 컷으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대답을 다 해주었다. 칭찬한다 나 자신) 공복에 따듯한 물을 밀어 넣고 , 약을 털어 넣는다. 괜찮아 ,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라는 주문과 함께.


재잘거리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곁에 앉았건만 죄 없는 관자놀이만 매만진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토할 것 같다. 이런 엄마를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가 제일 좋다며 등에 매달리고 춤을 추고 난리다. 응 그래 나도 너희가 너무나 좋아서 같이 엉덩이 춤을 추고 싶지만 너무 어려운 아침이구나.


괜찮아지는가 싶으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이를 묘하게 줄타기하는 내가 싫어진다. 오락가락 이게 뭔지. 그런  모습에 오빠는 괜찮다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전혀 괜찮지 않다. 혐오의 시대라던데.. 역시 그중 제일은 자기혐오가 아닐까. 내자신 극혐..


짙어지는 자기혐오와 지속되는 무채색의 날들에 토할 것만 같아 내일 먹을 약에서 캡슐 하나를  꺼냈다. 선생님이 너무 힘들면 캡슐 하나를  먹으라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내야겠다는 엄마로서의 알량한 책임감으로 약하나를  밀어 넣었다.


 , 변명 아닌 변명이겠지만.


정오가 조금 넘어선 시각.

약발이 잘 받는 몸뚱이는 예민함과 화가 차차 누그러들었다. 무채색에 색이 돌며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내 몸뚱이는 생리 전 8-9일 전부터 급격히 우울기에 접어들었다가 생리 3-1일 전 갑작스레 괜찮아지더니 불면증이 이어지고는 생리가 시작되었다. 감정일기를 적어두는 게 있어서 살펴보니 이런 패턴이 된 지 반년 이상이 된 것 같았다.


문득 여성호르몬 주기표가 생각이 나서 책을 살펴보았다. 여성 간호학 엄청 싫어했는데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걸 보니 썩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자 그럼 , 나의 감정 주기와 비교를 해보니 이런 그림이 완성되었다.


집념의 여인은 그림도 그려보았다 ㅋㅋ


여성의 생리주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몇 가지가 있는데 내 경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에스트로겐이 지배적일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을 유지했고 , 배란 이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프로게스테론이 상승하는 시점부터 우울감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프로게스테론이 점점 줄어드는 생리 1-3일 전에는 기분이 멀쩡 해지는 매직이 발생이 되었다. 거기에 프로게스테론이 부족하면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하였는데 , 그 덕분인지 기분은 멀쩡해지면서 불면증이 왔다가 생리를 시작하면서 잠을 잘 자기 시작한다.


<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 발췌>

뇌 내에서도 작용 영역이 아주 많은 에스트로겐은 기억과 사고 등의 인지 기능도 돕는다. 실제로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도 에스트로겐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인지 기능을 향상하는 아세틸콜린, 긴장감을 높이는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은 에스트로겐이 많은 시기에 분비량이 늘어난다.

배란 뒤에는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로토닌 같이 뇌 내에서 작용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기능이 저하돼 감정 조절이 힘들고 우울한 기분이 들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용해 생리 전 증후군이 발생한다면 어째서 증상을 겪는 사람과 겪지 않는 사람, 혹은 증상이 심하거나 가벼운 사람으로 나뉘는 것일까? 그 원인으로 호르몬의 파도를 지목할 수 있다. 여성 호르몬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심각한 증상에 빠지기 쉽다.


<여자 , 뇌, 호르몬 발췌>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것은 월경 전 불쾌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의 정신 건강이 에스트로겐의 수치 감소에 그토록 취약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에스트로겐의 수치를 되돌리는 방법으로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 게스트론의 상승은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프로게스테론이 지배적일 때 (배란 후)는 프로게스테론이 에스트로겐의 수용체를 억제함과 더불어 에스트로겐 수치도 높은 편이 아니니 아무래도 세로토닌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의욕도 없고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하는 걸 보면 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에 나오는 그대로 에스트로겐이 신경전달물질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나는 특히나 호르몬의 변동 파도에 취약한 사람으로 생각된다.


아 진짜 호르몬의 노예구만.


그럼 이제 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전문가 선생님 여섯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겠다.


도와주세요 선생님들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먹는 것.. 정도? ㅋㅋ


1. 탄수화물 섭취하기


- 탄수화물 섭취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아미노산을 혈액으로 보내고 이때 나오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은 뇌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의 원료가 된다.


실천 ) 집에서 현미밥을 먹고 있는 중이라 끼니 거르지 말고 입맛 없더라도 아이들과 두어 숟가락은 먹어야겠다.


2. 대두 섭취하기. (두부, 유부, 두유, 낫또)

- 대두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대두의 이소플라본이 호르몬 변동폭을 줄여준다.


실천 ) 두부김치 자주 해 먹고 , 간식으로 두유 마셔야지


4. 세로토닌 챙겨주기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세로토닌은 대부분 장에서 생성됨으로 장 건강이 중요하는 사실이었다. 또한 세로토닌 자체는 혈액 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어서 자체 생산을 돌리는 공장이 잘 돌아가도록 필수 재료들을 잘 넣어줘야 한다고 한다.


1) 장 건강 챙기기

섬유질, 도정하지 않은 곡류(통곡물), 채소, 너무 달지 않은 과일.


2) 세로토닌의 원료를 잘 먹어주기

- 트립토판 : 통곡물 , 바나나, 견과류, 콩, 시금치, 참깨, 병아리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땅콩, 바나나

- 칼슘 : 브로콜리, 톳, 고구마 줄기, 토란대, 시래기, 쑥, 유부, 대두

- 마그네슘 : 말린 미역, 고춧잎, 호박씨, 참깨, 김, 아몬드, 치아씨, 들깨, 쑥, 고구마 줄기, 서리태, 땅콩

- 철분 : 말린 쑥, 고수, 김, 매생이, 파래, 당귀, 콩, 아마씨, 참깨, 쑥, 치아씨, 렌틸콩, 잣

- 비타민B6 : 아보카도, 양배추, 녹두, 렌즈콩

- 녹황색 채소

- 염분, 카페인, 술을 줄인다.


실천 ) 장 튼튼이가 되어야지. 세로토닌 원료를 한 끼에 하나는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5. 녹차 마시기

녹차에 있는 L-테아닌 아미노산은 오직 녹차에만 있는 것으로 뇌의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증가시켜 뇌가 편안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6. 가바를 깨우기 (웨이크업 가바 ㅋㅋ)

-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고 싶다면 신경전달 억제 물질인 ‘가바’를 깨워야 한다.

- 가바가 적을 경우 스트레스, 불안, 우울, 의존증 등 다양한 심리조절이 불가해진다.

- 아몬드, 호박씨, 오렌지, 렌틸콩, 토마토, 완두콩, 에멘탈 치즈

- 유산균 중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가 가바생산을 돕는다.


실천 ) 람노서스 들어있는 유산균을 샀다. 트립토판+가바 같이 도움 되는 호박씨도 좀 먹고.



아로마 오일

1) 우울과 불안 : 일랑일랑, 클라라 세이지, 제라늄, 로즈, 로만 캐모마일, 네롤리, 페티그레인, 멜리사, 라벤더, 베르가못, 페퍼민트

2) 불면 : 캐모마일, 네롤리, 페티그레인, 샌달우드 , 라멘더, 베르가못


실천 ) 집에 페퍼민트 오일이 마침 있으니 사용을 하고 , 닥터 브로너스 샌들우드 향 비누를 구입해야겠다.





뭐 혹자는 그래 봤자 약빨로 살아가는 거 아니냐고 , 약의 도움을 받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약에만 의존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노력형 인간은 이래저래 참 어렵게 사는구나 싶다 ㅋㅋ




사람들은 모두 부모에게서 
저마다 다른 길이의 SERT(세로토닌 수송 단백질)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긴 거 2, 짧은 거 2 , 긴 거 1, 짧은 거 1개.
저마다 다르다.  
<여자//호르몬 발췌>


동생도 우울감이 있고 공황장애인 걸 보면 정말로 유전자가  취약한  맞는  같지만 , 유전자 탓을 해가며 손 놓고 매번 우울하게 살아갈 수는 없으니 오늘의 분량에 최선을 다해 본다. 그럼 어느 날인가 우울 에피소드는 끝나지 않을까.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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