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구 눈썹

bgm : Lizzo - Good as hell

by 민서


집 앞 슈퍼를 나갈 때, 난 꼭 눈썹을 그렸다. 어릴 때부터 내 눈썹은 숱도 적고, 모도 얇고, 반의반밖에 채워지지 못한 모자란 눈썹이었다. 모나리자도 눈썹이 없다고들 하는데, 참나. 모나리자는 눈코입이 예쁘기라도 하지. 난 눈코입도 못생겼는데, 눈썹까지 흐릿하니.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슈퍼를 갔다 오는 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지만, 난 기어코 눈썹을 그렸다. 어쩌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다간, 나를 못생겼다고 흉보면 어떡하지. 그래. 못생겼다. 난 그 못생겼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태어나보니, 이런 얼굴인 걸 어쩐담. 애써 내 얼굴을 아끼고 사랑해보려 해도, 주위에는 너무 예쁜 사람투성이었다. 비교는 비판을 낳고, 비판은 자존감을 추락시킨다. 난 남들과 비교하는 실력은 있었으나, 낮아진 자존감을 끌어올릴 능력은 없었다.


나도 남들처럼 민낯이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일 콤플렉스였던 눈썹을 숨기고자 반영구 눈썹 문신을 했다. 새로 생긴 날렵하고 까만 내 눈썹. 무척 마음에 들었다. 슈퍼를 갈 때,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되고, 화장하는 시간이 단축되어 너무 좋았다. 민낯도 나름 괜찮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사람이 안 좋은 것만 보다 보면, 안 좋은 것만 찾아내게 된다는 것을. 눈썹이 진해지니, 작은 눈이 더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바뀐 건 내 눈썹뿐인데. 왜 이렇게 눈이 작아 보이지. 안 되는데.” 불안은 불안을 삼킨다. 나는 작은 눈을 감추려 더 진한 색의 아이섀도를 칠했다. 두 눈이 더 검게 물들어갔다. 그런 눈으로 매번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으니, 좋게 비칠 리가 없다. 화장이 점점 진해지고, 두꺼워져 갔다. 새까만 내 눈썹처럼.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나니 깨달았다. 아무리 예쁘게 생겼어도 자존감이 낮으면 매력적이지 않고, 아무리 못생겼어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 빛이 난다는 것을. 얼굴은 정말 다가 아니었다. 정말 예쁘게 생겼어도 차이는 사람이 있고, 정말 못생겼어도 오래오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겪어보면 알게 된다. 얼굴은 정말 잠시뿐이다. ‘매력’이 주는 힘은 주위의 사람을 끌어당기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관계를 이어가는 힘과 주목받는 힘은 단순히 ‘예쁨’이 아니라 ‘매력’에서 나온다. 생각해 봐라. 세상에 예쁜 사람, 잘난 사람 얼마나 많겠는가. 예쁘다고 다 매력이 있는 게 아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 예쁘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못생겼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니다. 비교할수록 불행해지기 쉬울 뿐이다. 자신을 일일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삶인지. 그걸 깨달아야 한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남들과 다른 게 뭐가 있을까. 내 매력이 뭘까.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한다.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 시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소리다. 일단 나 같은 경우, 밋밋한 눈. 이게 아주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밋밋하게 생기기도 쉽지 않다. 왜냐? 화려해지는 건 쉽지만, 순수해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쌍꺼풀은 만들 수라도 있지. 무쌍은 만들 수도 없다. 흥. 작은 눈을 가진 게 얼마나 큰 행운이람? 화려하게 보이고 싶을 때는, 얼마든지 칠하면 되고. 순수하고 어려 보이고 싶을 때는 있는 그대로 비치면 된다. 도화지처럼 언제나 그리고 싶은 그릴 수 있는 그런 얼굴. 나는 남들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여백의 미를 가지고 있다. 크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작게 만들 수는 없으니. 난 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게 분명하다.

요즘에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유행하고 있다.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내 얼굴에 맞지 않게 까만 눈썹이 메이크업을 방해한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더 빨리했었더라면, 문신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 고민에 힘들어하고, 우울했던 과거의 나를 사랑하는 것도 내 매력을 지키는 일일 테니. 이번엔 무척이나 까매진 이 눈썹 녀석도 사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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