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Lizzo - Good as Hell
재주, 재능을 찾아내는 일을 연습했지만, 온전히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일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의 시선과 말에 휘둘리지 않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은 코가 그저 숨 쉬는 역할만 한다며, 신세 한탄을 하는 내게 쌍꺼풀 수술한 친구는 수술을 권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자는 눈이 예쁘면 예뻐 보이던데. 코 말고 쌍꺼풀 수술을 해봐.”
쌍꺼풀 수술이라. 요즘에는 쌍꺼풀 수술을 수술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시술이라고 부르던데. 다들 흔히 하는 수술이라 그런지 위화감도 없고, 나 또한 그 수술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답답하고 작은 눈이 내 콤플렉스였다. 소파에 누워 TV를 볼 때면 잠들었다며 오해도 많이 샀다. 엄마는 항상 내게 “네 눈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왜 고쳐!”라고 말씀하셨다. 아. 아무리 엄마라도 그렇지, 딸에게 거짓말을 한다니. 엄마 눈에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유전자의 힘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친구들은 수능이 끝나고 나서 하고 싶은 온갖 성형 수술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매부리코라는 둥, 앞 트임, 뒤트임, 보톡스까지. 성형외과 딸내미들인가 싶을 정도로 친구들은 성형 수술에 박학했다. 그때 이를 듣고 있었던 학원 쌤은 기가 막힌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 무인도 가서 살게 돼도, 그 수술할 건지 생각해 봐. 남 의식해서 하는 거 소용없다.”
속으로 나는 외쳤다. “아이씨, 그럼 안 하지.” 어머머.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난 정말 작은 눈이 불편해서 그런 거라고 외쳤던 내 말들은 다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다.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끼워 맞추지 않고, 내 식대로 살아가겠다는 방대한 나의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결국 나는 큰 쌍꺼풀을 가질 수 있는 수술 대신, 시력이 좋아지는 라섹 수술을 선택했다. 이후, 나의 삶은 조금 달라졌다. 조금 웃길 수도 있겠지만, 나를 유혹하는 성형 수술에 흔들릴 때면 생각한다.
“무인도 가서 살게 돼도, 그래도 꼭! 해야겠어?”
눈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눈이 작아도 이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큰 눈을 가진 게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이다. 내 마음의 눈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내 눈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때 수술하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이다. 나는 지금의 이 작은 눈이 너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