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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seok oh Aug 27. 2019

패시브하우스(Passivhouse), 당신의 선택은?

에너지 효율 주택에 대한 단상

자가주택을 건축하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 “패시브 하우스”


독일어로는 파시브하우스라고 하지요.


저 또한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일을 해오며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패시브-, 제로-, 플러스에너지 하우스에 대한 다름슈타트 공대 인증의 전문사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얻기도 했습니다.


처음 위에 언급한 전문사 과정을 이수했을 때와는 달리, 점점 독일에서 실무를 하다 보니 정작 패시브하우스를 다뤄볼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독일에서도 패시브 하우스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힌 건축방식은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아무리 이론적으로 패시브 하우스의 초기 투자비용이 일반 시공방식보다 비싸더라도 xx 년(대략 17년 - 20 년) 후에는 투자비용이 회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산술적인 수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신축건물도 20년 뒤에는 슬슬 유지보수가 시작되기 때문에 선뜻 패시브하우스에 필요한 초기 투자가 부담스러운 것이죠.


두 번째는 독일에선 에너지 효율적인 집을 짓게 되면 KFW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 혹은 보조금 지급을 합니다. 하지만 KFW에서 제시한 에너지 효율 주택에 패시브하우스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효율 주택의 등급은 KfW-Effizienzhaus 55,40 oder 40 Plus입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사용 목적에 따라서 KfW-Effizienzhaus 55나 40을 통하여 위에 언급한 혜택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결국 독일 사람들은 “패시브하우스”라는 단어보다는 “KfW”라는 단어를 더 사용, 기억하게 되는 것이죠.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패시브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인, 열순환 장치 때문입니다. 이 열순환 장치는 쉽게 이야기해서 따듯한 실내공기를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 밖으로 내보낼 시에, 밖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에게 머금고 있던 열을 내어주고 나가게 하는 장치입니다. 사실 복잡할 것은 없는 장치이지만, 늘 전원에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 열순환 장치 없이 패시브하우스 인증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또한 패시브하우스의 큰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는 에너지 효율 주택은 무엇일까요?

EnEV(Energieeinsparverordnudng)입니다. 사실 받아들여진다기보다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 효율 등급인 셈입니다.

이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통 약 20cm 정도의 외단열(불연성 소재, 일정 높이 이상은 단열재 고정핀 사용 의무)에 창호는 삼중창 정도로 시공합니다. 물론 이는 외벽에 창호의 고정 디테일이 중요하며, 기밀성 높은 시공이 요구되어집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단열재를 두껍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벽체도 두껍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벽의 두께가 클수록 Wärrmespeicherfähigkeit, 열저장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즉 외기의 온도 변화에 대하여 내부의 온도 변화가 더디게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만 시공하여진 집에 한여름, 한겨울에 들어와 보면 한국의 아파트에서 느끼던 열환경과는 사뭇 큰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독일의 주택보다 단열성과 기밀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아파트는 실내공기 중 온도와 벽체의 온도차가 커서 대류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웃풍 뿐만 아니라, 온도 차이로 인한 기밀한 방안에서의 대류현상도 쾌적성을 떨어 트립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결코 패시브하우스가 부족하거나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일에는 그 이외의 많은 에너지 효율등급이 있으며, 이런 에너지 효율 주택들은 보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시공방식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단열 두께나 창호의 우수성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환경의 쾌적성입니다.

사실 독일에선 난방비 조금 더 나오더라도 신선한 공기가 자주 순환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아직 많죠. 이런 환경을 고려한 공조장치들도 많고요. 참고로 독일에선 최소한 두 시간에 한 번은 내부 공기가 순환되어야 합니다(DIN 4108-2 von 2011, Abschnitt 4.2.3). 다시 말하면 내부 공기가 두 시간 동안 새로 유입된 공기로 다시 채워져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 결로 문제, 방음, 소방 등등을 해결하다 보면 사실 “패시브하우스”에 준하는 에너지 효율은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즉 건축물은 단지 에너지 효율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거나, 설계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패시브하우스”를 마치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건축물처럼 포장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이상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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