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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Aug 28. 2017

변하고 있는 미국의 교육

혁신의 뒤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육이 있기 마련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며 빠르게 앞서가는 업계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지 몸소 체험하였다.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것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인턴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디자인) 교육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공유해 볼까 한다.


실리콘 밸리로 오기 전 뉴욕에 있는 School of Visual Art에서 Interaction Design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기간 중 가장 좋았던 수업은 단연 Entrepreneur Designers 라는 수업이었다. 디자이너들에게 창업을 알려주는 수업으로, 뉴욕의 유명 투자 업체인 Union Square Ventures 에서 진행되었다. 당시 USV의 매니저였던 Gary Chou와 Christina Cacioppo 가 강사였는데, 본인들 업무를 마친 오후 6시부터 USV의 가장 큰 회의실을 빌려서 수업하는 방식이었다. 최종 과제는 $1,000을 벌어오는 것으로 수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알아보기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보기. SNS의 파워를 알기 위해 트위터에 글을 쓰고 20번 리트윗을 달성해보기. 텀블러에 매주 블로그 글을 올리고 팔로우 늘려보기. 코딩 배우기 등등, 디자인 학교에서 배울만 한 게 아닌 것들로 채워진 과제와 내용 모두 파격의 연속이었다. 매주 뉴욕의 잘 알려진 스타텁 창업자들에게 창업 비화를 들었고,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최종 과제를 위한 코칭을 받기도 했었다. 결과물도 화려한 편. 과제를 통해 창업하여 운영 중인 친구도 있고 (coastermatic - instagram 사진들을 컵받침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일 년 뒤 같은 수업을 듣고 Kickstarer에서 $23,929 펀딩이란 대박을 친 후배도 생겼으며, 수업을 이끌었던 Gary는 아예 이 수업을 확장시켜 본인이 Orbital 라는 사이드 프로젝트 스타텁을 만들기도 하였다. 나는 $1,000을 만드는데 실패했지만 이때 만든 프로젝트가 사이드 프로젝트화되어 그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이 수업은 5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조금씩 진화하며 매년 디자이너 출신의 예비 창업자를 키워내고 있다. 흔히 과제를 발표하고 크리틱 하는 패턴을 따르는 디자인 스쿨에서 유례가 없는 수업이었음은 분명하다.


회사에서는 인턴들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Yahoo News Digest 앱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막판에 투입된 Heidi란 친구는 7인치 버전을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낸 실력파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인턴으로 업무를 시작한 건 정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3월이었다. 일하며 학점을 이수하는 Co-op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인턴들은 주로 책을 읽어나, 실제 업무와는 상관없는 과제를 진행하기 마련이었는데, 상당히 신선했다. 몇 가지를 물어보니, 동기들 대부분 Co-op 프로그램을 듣고 있으며, 수업은 모두 인턴 과정으로 대체, 이 과정에서 받는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인턴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력도 쌓아지기에 졸업 후 취직도 잘되는 편이라고 한다. 


Co-op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방학 때면 함께 일하게 되는 인턴들은 모두 즉시 현업에 투입되는 편으로, 며칠만 지나면 누가 인턴이고, 누가 풀타임인지 구별 안되게 어울려 일하곤 한다. 실제 업무를 진행한 뒤에는 그것을 바탕으로 발표를 하고, 각 팀원에게 평가를 받게 되며 졸업 후 일했던 팀에 합류하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반대로 인턴에서 보지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신입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즉 인턴 기간 동안 100%로 치열하게 일하면서 서로를 맞춰가는 셈. 인턴으로 일하는 Stanford CS 학생에게 물어보니, 실제 과제에서도 PM-엔지니어-디자이너 역할을 분담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는 것이 학교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수천만 원씩 할 정도로 미국의 교육비는 살인적이다. 그래서일까 학교와 업계가 하나 되어 개인은 빠르게 직업 훈련을 하고, 기업은 이를 적극 도와주는 인상을 받고 있다. 이것이 바른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교육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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