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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위 Apr 12. 2024

유쾌한 모닝 댄서 아저씨

 아침부터 아내가 근육통을 호소했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며칠 멈추었다가, 어제저녁 오랜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힘들었나 보다. 근육통에는 가벼운 산책이 최고다. 가벼운 산책은 뭉친 부위를 풀어주고 근육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나는 아내를 데리고 경포호수로 출발했다.


 집에서 경포호로 가는 길 내내 차량 정체가 있었다.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로 대부분의 사람이 쉬는 날이었고, 날씨마저 봄이었다. 게다가 호수 옆 경포대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도 마지막날이었다. 이 구간에 차와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깜빡하고서는 밖으로 나와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호수 주차장은 입구부터 꽉 막혀 있었고 빈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는 목적지를 바다로 변경했다. 다행히 강릉은 바다 해변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걷기가 좋다.


 이미 경포호수길에 들어선 이상 바다에 가려면 꼭 경포대를 지나야 했다. 역시나 경포대 아래는 벚꽃축제 행사로 인산인해, 차산차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러 교통봉사자님들이 나와 경포호수와 경포대를 오가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와 사람들의 통행을 조정했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 곱슬머리 아저씨의 차 한 대가 멈춰 있었고, 우리는 그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차량 정체의 중심에 있으니 답답하고 초조했다.

 

 그때였다. 앞차의 곱슬머리 아저씨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교통봉사자님들의 '삐익 삐익!' '삑삑삑!'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그 순간 혼자 클럽에 가 있으신 듯 신나게 좌우로 고개를 꺾으며 어깨와 팔을 크게 흔들었다. 살짝살짝 보이는 옆얼굴이 세상 즐거워 보였다. 춤사위가 절정에 이르자 아저씨의 모닝도 덩달아 흔들흔들 춤을 췄다. 뒤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댄스 타임에 웃음이 빵 터졌다. 정체된 차들처럼 굳어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확 뚫렸다.


 잠시 후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울리며 멈춰 있던 차들의 출발을 알렸다. 아쉽지만 아저씨의 댄스타임도 끝이 났다. 모닝 댄서 아저씨는 교통봉사자님을 향해 유쾌한 거수경례까지 날려주고 나서야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왜 벚꽃나무 아래 정체된 도로 위에서 그렇게 춤을 추셨던 걸까.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 있으니 기분이 좋으셨을까. 울려 퍼지는 호루라기 박자가 너무 절묘했을까. 때마침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온 클럽 음악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으셨던 걸까.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꽉 막혔던 기분을 날려버리고 즐겁게 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쾌한 모닝 아저씨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춤을 추며 또 누군가의 아침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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