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13 불안
DAY 13_불안한 마음이 들 때 나타나는 습관에 대해 써보세요.
#말을 더 더듬는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더듬는 아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당황했을 때는 그 증상이 심해진다. 긴박하게 처리해야 할 상황에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속이 터질 만큼 말을 더듬는다.
"일, 일, 일층에 가야 해"
"저, 저, 저기 가서 물어봐"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은연중에 알게 된다. 생활하는 시간이 겹쳐서 알 수밖에 없다. 다행히 말을 더듬는 걸로 놀림받은 적은 없다.
다만, 교사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적은 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수업과 같이 공적인 말하기에서는 말을 잘 더듬지 않는다. 일상 대화나 수업 시간 중 나눠지는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간혹 말을 더듬었다. 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수 있나 보다.
말을 더듬는다고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다음 두 가지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말 중단하기, 심호흡하기. 불안할 때 말을 더듬는 증상이 심해진다. 그럴 때는 모든 대화를 거의 중단하고 깊이 생각한 후 정돈된 문장만을 내뱉는다. 그것도 짧게. 생각하는 동안 심호흡을 한다. 마음속 불안을 몰아낸다.
#자책에 빠져든다
불안할 때, 특히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흔들린다면 반추라는 녀석이 나타난다. 꼬리가 꽤 긴 녀석으로 그 끝을 알기 어렵다. 가끔은 도마뱀이 꼬리를 잡혔을 때처럼 똑 자르고 도망가는 것처럼, 반추를 그만둘 수 없나 바랐던 적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소화되었던 과거까지 헤집어 들춰낸다.
타인에게 말이나 행동을 실수해서 불편감을 주었다면 나는 불안해진다. 모든 인간관계망의 스위치를 켠 다음 모든 사람과 나눈 모든 언행을 샅샅이 뒤져 스스로 채찍질할 증거영상을 수집한다. 그렇게 발견된 증거를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독한 방에서 채찍을 휘날린다.
면역 체계가 취약한 상태에는 가벼운 병균도 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가벼운 실수라도 큰 눈덩이처럼 커져 내 마음 한가운데에 얹힌다. 모든 관계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깊은 관계 맺기를 꺼려한다. 관계의 깊이가 깊을수록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고,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만큼 실수의 파이도 커지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인사이드 아웃 2> 영화에 새로 등장한 감정, 불안이는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스스로 만든 불안의 소용돌이 안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이 맺히는 장면은 나의 눈시울도 붉게 만들었다.
성장이란 모든 일을 전부 잘 해낼 수 없음을 실감하는 과정 같다. 송곳처럼 튀어나온 강점이 있다면 움푹 파인 약점도 있기 마련이다. 강점을 장려하고 약점을 인정하여 평정심을 갖고 살아가는 건 나의 숙제다.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오래 길을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