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의 핵심 조건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조건
예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학원에 다니는 한 학생의 학부모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흔쾌히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학원은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이 잘되는 곳이라고 해서 보냈는데, 1년이 지나도 우리 아이는 여전히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고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저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 아이가 집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자기주도학습이 예전보다 힘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자기주도학습은 좋은 습관, 꾸준함, 공부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가 함께 갖춰져야 가능합니다. 혹시 집에서는 어떤 문제집이나 책을 읽고 있나요?”
그러자 어머님께서는 뜻밖의 대답을 하셨습니다.
“아니요. 집에서 푸는 문제집은 없어요.”
그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듯했습니다. 어떻게 집에서 한 번도 문제집을 사주지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공부를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나아질 수 있을지를 다시 상담드리자고 말씀드린 뒤, 통화를 서둘러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입니다. 그 마음을 키워줄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함께 책을 읽어 주시거나, 혼자서도 학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것, 그리고 학년에 맞는 문제집과 교과서, 필요하다면 참고서까지 준비해 주시는 것은 기본입니다.
물론, 아이가 직접 사달라고 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 도구조차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 어머님께서는 “집에서 직접 가르치겠다”라고 하셨지만, 단 하루 만에 포기하시고 아이를 다른 학원으로 옮기셨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아이가 공부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가정에도 해당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이 경험이 부족하신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학원에 오는 학생들이 모두 최상위권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다니는 학원’이라는 책임감으로, 매일 자신에게 맞는 분량의 문제를 풀고, 끝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결석도 많지 않습니다. 중하위권이던 학생들이 중상위권으로 올라가는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님이 하루 쉬라고 하셔도 나오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우려는 마음, 꾸준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것들이 아이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합니다. 저는 공부로 1등을 만드는 사람이기보다, 조금 부족하고 서툴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을 만들고 싶습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일이든 자기 주도가 몸에 밴 사람. 모르면 배우고, 안 되면 다시 하고, 실패하면 이겨내고, 성공해도 자만하지 않는 사람.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너 자신을 세워가는 그 과정이 곧 네 인생의 본질이다.”
저는 아이들이 바로 그런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며,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공부를 넘어서,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의 핵심 조건]
동기부여 – 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의미를 느끼게 해 주기
학습 환경 조성 – 집중할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 마련
기본 학습 도구 준비 – 학년에 맞는 문제집, 교과서, 참고서 제공
꾸준한 습관 –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습하도록 생활 패턴 고정
부모의 동반 학습 –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 과정을 살펴보며 격려
목표 설정과 점검 –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
“공부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