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도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기억에 남는 독서법
_독서도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독서도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얼마나 깊이 읽었는가’를 놓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루에 몇 권을 읽었는지,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를 세며 스스로 뿌듯해했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책을 읽었는데도 마음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왜 이렇게 읽어도 남는 게 없을까?” 그때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방식’에 있다는 것을요. 그 후로 저는 읽는 속도를 줄이고, 대신 ‘음독(音讀)’, 즉 소리 내어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두꺼운 책이나 전문서의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내용이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 그 부분만큼은 반드시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먼저, 이해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따라갈 때는 문장의 의미가 흩어졌는데, 입으로 소리를 내니 글의 리듬과 호흡이 느껴졌습니다. 문장이 품고 있는 감정과 흐름이 살아났습니다. 또한 기억이 오래 남았습니다. 한 번 소리 내어 읽으면, 단어의 울림과 억양이 귀에 남아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마치 내가 직접 쓴 글처럼 문장들이 내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문장을 더 깊이 곱씹게 됩니다. 그 결과,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사유하는 독서’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책 읽기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글보다 영상에 익숙합니다. 짧고 빠른 정보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긴 글을 읽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예전에 한 교육 강의를 들으며 “책 읽어주기는 초등 저학년에게만 필요한 활동이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서울대학교 교수님은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고등학생이라도 읽어주세요. 그건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사고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훈련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소리 내어 읽는 동안, 아이는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힘’을 동시에 기르게 됩니다. 부모가 옆에서 함께 읽고, 내용을 이야기하며, “이건 어떤 뜻일까?”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썼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주면, 그 대화 자체가 아이의 ‘깊이 있는 독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단순히 글자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생각을 나누는 과정인 것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스며든 지금, 아이들은 글자보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정보를 더 많이 접합니다. 학교 수업에도 AI 교재와 스마트 기기가 도입되고 있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집중력 저하와 사고력 약화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읽는 힘이 줄어들면, 쓰는 힘도 약해지고, 결국 사유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일수록 ‘깊이 읽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단순히 많은 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깊이, 오래 읽는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소리 내어 읽고, 그 내용을 손으로 필사하며, 내 생각을 덧붙이는 과정.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책을 내 안에 새기는 독서’가 완성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소리 내어 읽기
이해가 되지 않거나 집중이 안 될 때는 조용히 한 문단씩 소리 내어 읽습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산만할수록 목소리가 집중을 잡아줍니다.
중요한 문장은 손으로 필사하기
읽으며 마음에 남는 문장은 짧게 적습니다. 손으로 쓰는 과정에서 문장의 구조와 어휘 감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습니다.
읽은 내용을 말로 요약하기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해봅니다. 이렇게 ‘입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기억력을 배로 높여줍니다.
소리 내어 읽기의 장점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학습의 핵심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1. 집중력 향상
입으로 읽는 순간, 시각·청각·발화 기관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그래서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2. 이해력 강화
소리의 억양과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문장의 구조가 명확히 보입니다.
글의 흐름과 문맥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기억력 증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3중 자극을 통해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됩니다.
한 번 읽은 내용이 오래 남습니다.
4. 언어 감각 향상
음독은 정확한 발음, 자연스러운 문장 리듬, 어휘 감각을 기르는 최고의 훈련입니다.
특히 글쓰기나 발표력을 기르고 싶은 학생에게 효과적입니다.
5. 정서적 몰입
소리 내어 읽으면 글 속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저는 가끔 감정이 진하게 묻은 문장을 읽다 보면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음독은 글과 마음을 연결해 줍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각을 빌려 나를 확장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내 것’이 되려면 반드시 내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음독은 그 시작입니다. 입으로 내뱉는 순간, 책 속 문장이 ‘남의 글’이 아니라 ‘내 말’이 됩니다. 그때부터 책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나의 삶과 연결됩니다.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오래 기억하고 깊이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아주 간단합니다. 오늘 읽는 책의 한 문단이라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서 문장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독서는 마음의 훈련입니다. 읽는 행위 속에서 우리는 사고하고, 느끼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가장 확실한 길이 바로 ‘음독’입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느림 속에서 이해가 피어나고, 이해 속에서 생각이 자랍니다.
소리 내어 읽는 그 한 문장이, 당신의 머릿속에, 그리고 삶 속에 가장 오래 남을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깊이 읽는 사람이 진짜로 성장한다.”
_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