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부터 천천히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_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부터 천천히
우리는 때때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질문을 받았을 때 아는 척을 하거나, 말없이 웃어넘기거나, 상대방의 말에 그저 맞장구만 치다 보면 결국 더 큰 난처함을 겪게 됩니다. 순간의 창피함을 피하려다 오히려 더 깊은 당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모른다’는 말이 그렇게 두렵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들에게 무식해 보일까 봐, 선생님께 혼날까 봐 속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는 쪽이 편했습니다. 그때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용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께서 해주신 한 마디가 저를 바꿔 놓았습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궁금하게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도 된다.”
그 말씀이 제게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손을 들고 질문하기 시작했고,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졌습니다. 질문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점점 즐겁게 느껴졌고,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매일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과거의 저와 닮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모르는 문제 앞에서 눈을 피하거나, 아는 척하며 넘어가려 하거나, 대답을 알면서도 자신 없어 입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럴 때 저는 말합니다.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야. 아는 척하는 것이 더 창피한 한일이지. 그러니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줘.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해야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지.”
아이들은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저 이거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그 순간, 아이의 마음 안에서 무언가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 작은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공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묻고 배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모르는 것을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저는 공부랑 안 맞아요.”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받는 경험이 쌓이면 오히려 자신감이 커집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작은 확신이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배움을 즐겁게 느끼도록 합니다.
이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모르는 것과 마주합니다. 그때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성장의 첫걸음을 뗀 사람입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우리 삶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무서웠고, 질문하는 것이 버릇없게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체벌이 당연시되었기에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질문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배움의 첫걸음입니다.”
_ 소크라테스
이제는 우리가 먼저 아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모르는 건 괜찮단다. 모르는 건 배울 수 있는 거야.”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이가 배움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일입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은 단순히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장하겠다는 선언이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입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비로소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알고 싶어야 공부가 되고, 머릿속에 오래 남아 결국 나의 것이 됩니다.
배움은 언제나 모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모름을 인정하는 용기가 우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