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꼬마 왕자

7세의 용기

by 민쌤

꼬마왕자

_7세의 용기


벌써 7년 전 이야기다. 키가 작고 파마머리에 뽀얀 얼굴을 한 아이가 내 공부방에 왔다. 그 순간, 책에서 보던 어린 왕자가 떠올랐다.

떠듬떠듬 글씨만 겨우 읽어내던 친구였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늘 저녁 7시쯤 집에 오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어린 친구는 스스로 어린이 버스에서 내려 공부방, 태권도, 심지어 분식집에서 저녁까지 해결하는 바쁜 하루 일정을 스스로 소화해 내는 슈퍼맨 같은 아이였다.


처음엔 깜짝 놀랐다. 조그마한 체구에 그 많은 가방과 짐들을 짊어지고 다니는 아이를 보며 늘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7살 아이가 이렇게 다 혼자 할까?”
안쓰러운 마음에 픽업하러 나가주기도 하고, 분식집까지 데려다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정말 내 아들을 챙기는 엄마 마음에서 그랬다.


어느 날,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이 어머님께서는 정중하게 부탁하셨다.
“선생님, 혹시 아이를 너무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해요.
자꾸 마음이 약해지고 생활패턴이 흐트러질까 걱정돼서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서운하고 조금 슬펐다. 진심으로 도와준 건데,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님의 뜻을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외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아이가 스스로 서도록 도와주는 아주 멋진 부모님들이었다. 가족 셋이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아이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탄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도 아들을 키우고 있었지만 혹시 너무 과잉보호하며 키운 건 아닐까?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내 손으로 다 해결하려 했던 건 아닐까? 부끄러워졌다.


꼬마친구는 늘 씩씩하고 용감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공부방에 오고, 내 말을 잘 따랐고,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나는 그 아이에게서 부지런함을 배웠고, 고마움을 느꼈고, 강인함을 배웠다. 그 친구와 함께한 3년은 내게도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꼬마 왕자 같은 그 친구는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림과 놓아줌의 가치를 배웠다.



PS. OO야~ 지금도 잘 지내지?
같은 동네에 사는데도 서로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드네.
얼마 전 축구복 입고 지나가는 너를 봤는데 정말 많이 컸더라.


지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네가 공부방에서 나를 보며 웃어주던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힘차게 파이팅 하면서 살아가자.
사랑한다, 꼬마 왕자!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여 살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먹여 살릴 수 있다.”

— 중국 속담



keyword
작가의 이전글123. 공부방 시절, 먼 산을 보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