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켜야 해
미뤄둔 약속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괌에 갔었다. 그때의 아들은 모든 것이 신기했고, 파도에 발을 담그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얀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니며 “엄마, 우리 또 오자!” 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그 여행은 아들에게도, 나에게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았다.
그 후로 매년 여름이 되면 아들은 괌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는 괌 갈 수 있어요?” 하고 물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활비와 학원 운영, 그리고 아이의 학비까지 감당하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 보니 어느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들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을 거쳐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제는 제법 의젓하게 자기 꿈을 이야기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때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엄마, 우리 괌 진짜 좋았잖아요. 다시 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 아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결심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큰마음을 먹고 괌 여행을 예약했다. 늦은 약속이지만 꼭 지키고 싶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 다시 함께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내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 주는 다짐 같은 시간이다.
괌의 하늘 아래서 우리는 다시 걷게 될 것이다. 8년 전 어린 아들이 뛰놀던 해변 위를, 이제는 훌쩍 자란 청소년 아들과 나란히 걸으며. 그때와는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겠지만, 변하지 않은 건 서로를 향한 마음일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약속은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말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사랑은 기다림 속에서 자라고, 약속은 실천 속에서 완성된다.”»
다음 달, 우리는 괌으로 떠난다. 오래 기다려온 그 순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