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 것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

by 민쌤

최근 산 것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



최근 산 것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짝퉁 드라이’다.

며칠 전 머리를 말리던 중, 익숙한 ‘위이잉—’ 소리 대신 ‘팍!’ 하는 불꽃이 튀었다. 7년 동안 한결같이 내 머리를 말려주던 드라이는 그날로 세상을 떠났다.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곧 새로운 물건을 들일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다*슨 드라이를 검색해 보니 40~50만 원대의 제품들이 쏟아졌다. 디자인도 예쁘고, 성능도 뛰어나다는 후기들이 즐비했다. 결국 나는 신랑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여보, 이거 하나만 사줘요. 나 7년이나 썼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건 너무 비싸. 그냥 다른 거 사.”
그리고 이어진 30분의 잔소리.


솔직히 서운했다. 20년을 함께 살며 드라이 하나 멋진 걸 갖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게 야속했다. 그래서 삐친 마음으로, 다*슨과 비슷한 디자인의 3만 원대 드라이를 찾아 신랑에게 다시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바로 결제 완료.


그 즉시, ‘그래, 나는 이 정도구나’라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다음 날 도착한 드라이를 보며, 반쯤은 기대 없이 툴툴거리며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람이 부드럽고, 건조 속도가 빨랐다. 머리도 덜 손상되고, 무엇보다 소음이 적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야 샀지?’


그때 문득 깨달았다. 비싼 물건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꼭 맞는 물건이 진짜 행복을 준다는 걸. 결국 짝퉁 드라이는 내게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소박한 행복의 온도’를 가르쳐준 스승이 되었다.

비싼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고 평범한 물건 속에서도 우리는 감사와 만족을 배울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다.



“행복은 큰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만족을 알아차리는 마음에서 온다.”

_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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