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사람들도 허무함을 느낄까?
또 그들은 언제 덧없음을 느끼며 마음이 가라앉을까?
이 질문은 사실 타인을 향한 궁금증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 역시 살아오며 수없이 허무함을 경험했고, 그 감정은 어느 날은 조용히, 어느 날은 폭풍처럼 나를 덮쳤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와 살게 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처음 내려왔을 때 나는 늘 ‘열심히 살아야만 뭔가 하나라도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 믿음 덕분에 나는 늘 바쁘게 움직였고, 몸으로 부딪히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생존 방식이라고 여겼다. 세상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기회는 그저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을 좋아했고, 일하는 나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매일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은 종종 따라오지 못할 때가 있다. 하루를 버텨낸 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마음 한편이 텅 비어 있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나는 바람을 쐬고 싶어지고, 소주 한 잔에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들을 꺼내며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진다. 이런 소망이 특별하거나 거창해서가 아니라, 단지 인간답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놀랍도록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누군가 내 마음을 헤아려 주고, 그 허무함을 잠시라도 덜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예상하지 못한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 외로움은 조용하지만 깊었고, 허무함은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허무함은 정말 묘한 감정이다. 삶이 잘되고 있을 때도 찾아오고, 버티고 있을 때도 스며든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찾아와 하루를 무겁게 만들고, 어떤 날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실패해서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앞으로도 이런 허무함의 순간들은 계속 찾아올 것이다.
삶이란 원래 그렇게 예고 없이 마음의 균형을 흔들어 놓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두려워만 하지 않고, 그런 감정들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결국에는 통과하고 싶다. 허무함은 피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허무함과 덧없음은 찾아온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그것이 우리의 평생 숙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숙제를 앞으로도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풀어가고 싶다. 허무함과 외로움의 순간조차도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허무해도 살아가자. 외로워도 버텨보자.
그 감정을 지나면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