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숨이 멎을 만큼의 순간이 있었나?

by 민쌤

올해 숨이 멎을 만큼의 순간이 있었나?



“올해, 숨이 멎을 것 같았던 충만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순간은 없었다.


기쁘고 감사한 일들은 많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순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내년을 조금 더 기대하게 되었다. 어쩌면 숨이 멎을 만큼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생각지 못한 행운 같은 날들은 참 많았다. 아들이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입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던 날, 필사로 시작한 작은 모임이 다시 철학을 공부하는 삶으로 이어진 일,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 공동자서전을 제작해 서울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되었다는 소식과, 취미로 시작한 라인댄스로 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던 경험까지. 하나하나 꺼내놓고 보니, 결코 가볍지 않은 성취들이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순간이 ‘숨이 멎을 만큼’으로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너무 많은 일들이 한 해에 몰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없이 살아내느라, 기쁨을 충분히 음미하지 못한 채 다음 일정으로, 다음 과제로 넘어갔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세세한 장면들이 또렷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


예전의 나는 연말이 되면 그저 사람들을 만나고, 바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되돌아보는 시간은 없었고,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을 막연한 버킷리스트로 적어두는 데에서 만족했다. 적어두는 것과 살아내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는데도 말이다.


올해도 나는 그렇게 하나씩 해보려 애썼다. 그러나 성공보다 실패한 리스트가 더 많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수없이 찾아왔다. 마음이 꺾일 듯한 날들이 있었기에, 그 와중에 찾아온 행운 같은 날들이 더 또렷하게 빛났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의 행운 같은 날들은 우연이 아니라 준비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읽고, 쓰고, 생각하며 버텨낸 시간들이 결국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그 변화가 당장 숨을 멎게 할 만큼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번 12월, 나는 나의 부족함을 조금 더 또렷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아직도 흔들리고, 여전히 서툴며, 때로는 용기가 모자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올해의 성과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을 기대해 본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해. 어쩌면 내년의 어느 날, 숨이 멎을 만큼 멋진 순간이 조용히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나의 자리에서 읽고, 쓰고,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


괴테의 말처럼,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되는 때가 온다.”


숨이 멎을 만큼의 순간은, 그렇게 준비된 삶 속에서 문득 나를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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