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한 확답은 여전히 없다. 글을 쓰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하루의 일부가 되었음에도, 그 질문만큼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쓰고 싶어서 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마음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꺼내어 적어보는 일 자체가 좋았다. 그때의 글쓰기는 자유로웠고, 가벼웠으며, 무엇보다 즐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작은 약속을 걸었다. 하루에 하나씩, 매일 글을 쓰겠다고. 1일 1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는 점점 ‘하고 싶은 일’에서 ‘해야 하는 일’로 변해 갔다. 바쁜 날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날에도, 글은 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쓰는 행위는 계속 이어졌지만, 만족감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글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며칠, 몇 주가 지나 다시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글은 유치하게 느껴졌고, 어떤 글은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럴 때면 ‘내가 과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남들 눈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뒤따랐다.
그럴 때마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잘 쓰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글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마음은 자주 흔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쓰기를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잠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번 들었지만, 끝내 펜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보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감정이 더 컸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미한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걸어온 것 같다. 지금은 부족해 보여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 더 단단한 문장을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다짐. 그 다짐이 때로는 나를 붙들어 주었고, 때로는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내 글을 내가 먼저 부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툴더라도, 이 글이 지금의 나라는 사실만은 인정해 주고 싶었다. 애정은 언제나 평가보다 먼저 와야 한다고,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그렇게 대하고 싶었다.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첫 번째 독자가 나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더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완벽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라기보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을 쌓아가기 위해서다. 언젠가 스스로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글을 마주하게 될 날을 조용히 기다리며, 오늘도 다시 한 줄을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