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덜어내는 연습

by 민쌤

관계를 덜어내는 연습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다. 그 시간들이 모두 나쁘지는 않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한 가지 착각 속에서 지낸 시간이 길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받고 있다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믿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늘 좋은 사람으로,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친절은 미덕이라고 배워왔고, 배려는 관계를 지켜주는 힘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조금씩 소진시키고 있었다.


불필요한 일들이 쌓였고, 책임져야 할 관계가 늘어났다. 누구에게는 당연해진 친절이 되었고, 누구에게는 내가 항상 감당해야 할 역할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하루는 점점 무거워졌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몸에 남았다. 바쁘지 않아도 피곤했고, 쉬고 있어도 마음이 쉬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모임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시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더 소중해졌다. 그것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속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관계의 무게를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고,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응했을 자리에 가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비워진 시간 속에서 가끔은 서운함과 공허함이 함께 밀려온다.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마음의 소음이 줄어드는 일인 동시에 적막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안다. 관계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인연을 끝까지 붙잡는 것이 성숙함은 아니며, 나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는 선택 역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관계를 덜어낸다는 것은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에 더 가깝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대신 나에게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보다 나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역할보다 존재로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싶다.


어쩌면 이 시기의 나는 사람을 덜 사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쉽게 내어주었던 나를 조심스럽게 다시 거두어들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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