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엇을 빼고 싶은가
올해는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 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먼저 묻고 싶었다. 삶은 늘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돌아보면 이미 충분히 많은 것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감정도, 기억도.
우리는 너무 쉽게 채우고, 너무 늦게 비운다. 올해 나는 마음속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사람들을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싶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한때는 사랑했고 애썼지만 이제는 멀어져야 할 사람들까지. 그들을 미워해서도 아니고, 잊어버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더 이상 나의 하루와 마음을 소모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관계가 풍요로워진다기보다 과부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감당해야 할 감정이 늘어나고, 신경 써야 할 말과 행동이 많아질수록 정작 나 자신에게는 점점 무심해졌다. SNS에 올라오는 글들 속에서 ‘관계는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들수록 줄여야 한다’는 말을 종종 보았다.
예전에는 그 말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사람을 쉽게 정리하는 것 같았고, 어딘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문장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관계를 줄인다는 것은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의 상황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에게 좋은 사람도 있고, 편안한 사람도 있다. 반대로 나에게 화가 난 사람도 있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모든 관계를 이해받을 수는 없고, 모든 마음에 응답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화가 난 사람의 감정에 내가 끝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생각에 굳이 나의 시간을 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고, 나는 그 생각에 개입하지 않은 채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올해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사유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 이루어가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서 증명하느라 바빴던 나를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덜어낸다고 해서 비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여백이 생기고, 그 여백 덕분에 나의 생각과 삶이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아닌, 더 나다운 하루를 선택하고 싶다.
“당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버릴 때,
비로소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_ 헨리 데이비드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