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by 민쌤

오늘의 글감입니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마치 철학 수업 시간에 불쑥 던져진 질문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붙들고 싶어졌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익숙해졌지만, 잘 쓴다는 말의 기준은 여전히 흐릿했다.


내 글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타인을 기준으로 쓰는 글일까,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한 글일까. 이 질문을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명확하게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지”를 정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내가 써온 글들은 대체로 나에게서 시작되었다. 나의 경험, 나의 감정, 나의 흔들림과 고민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먼저 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써 내려간 문장들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나만을 위한 글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글은 나를 위한 글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글이다. 타인이 경험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들, 쉽게 말로 꺼내지 못했을 감정들, 평범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쉬운 순간들을 나의 경험을 통해 다시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나도 그랬어”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문장은 때로 어설프고, 감정은 과하게 쏟아질 때도 있다. 쓰고 나서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지는 글도 많다. 하지만 그 미완성의 흔적들조차 지금의 나를 증명해 주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지 않기에, 계속 쓰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글. 위로가 되거나, 생각의 방향을 바꿔주거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글을 써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읽기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지식을 과시하는 글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오가는 글. 정답을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품는 글.

내 글 안에서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또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결국 문장이 매끄럽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쓰는 용기,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태도. 그 두 가지를 함께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글은 사람에게 닿기 시작하는 것 아닐까.


“글쓰기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가장 느린 방법이다.”
— 아니 에르노


오늘도 나는 그 질문 앞에 다시 앉아본다. 내 글은 누구를 위한 글인가. 아마도 당분간은 이 질문과 함께 계속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내가 글을 잘 쓰기 위해 가고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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