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대하는 태도

말보다 먼저 드러나는 것들

by 민쌤

타인을 대하는 태도

_말보다 먼저 드러나는 것들



사람은 말보다 태도로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나는 요즘 들어 그 사실을 자주 느낀다. 예전에는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을 하느냐, 어떤 표현을 쓰느냐가 관계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된다. 말은 꾸밀 수 있어도 태도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내 주변에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서’ 듣기보다, ‘타인을 통해서’ 듣고 나를 대한다. 그것도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보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의 말, 흘러 다니는 소문, 오해 섞인 평가를 통해 나를 판단하고, 그 판단을 근거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 친구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나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어떤 날은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고, 어떤 날은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 싶었다. 내가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건 아닐까 싶어 내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몇 해 동안 반복되고 나니,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관계는 반복 속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한두 번의 실수는 이해할 수 있어도, 지속되는 태도는 결국 그 사람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나는 인정하게 되었다. 이 관계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친구라고 해서, 오래 만났다고 해서 나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친구니까’라는 이유로, ‘오래 봤으니까’라는 이유로 상대의 무례함과 불편함을 애써 넘겨왔다. 예전 같았으면 물어보았을 것이다.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내가 뭘 잘못했어?”
“무슨 일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런 물음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관계는 이미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쪽만 노력하고, 한쪽만 이유를 찾고, 한쪽만 마음을 쓰는 관계는 결국 누군가를 지치게 만든다.


나는 사람 사이의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이유가 있든 없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말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보다, 침묵과 거리두기, 혹은 모호한 태도로 감정을 표현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런 태도는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계속 신경이 쓰이고, 신경이 쓰이니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더 힘든 것은 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하고 싶어도 피하기 어려운 자리들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고,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며, 같은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해야 한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그 상황과 자리를 피해 가는 게 맞겠다.’


관계는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거리를 둠으로써 지켜지는 것도 있다. 모든 관계를 끌어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과 끝까지 좋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_마야 안젤루(Maya Angelou)


어느 순간부터 나는 화도 나지 않았다. 서운함도 점점 줄어들었다. 말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처음엔 그게 이상했다. 분명 속상한 일이었는데 왜 감정이 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단순했다. 그 한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관계는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 내 인생의 중심은 결국 나 자신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것이 내 삶의 방향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에 마음을 쏟고 싶지 않다. 내가 배려해도 돌아오지 않는 관계에 애쓰고 싶지 않다. 나를 흔드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주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관계를 선택하고 싶다. 불필요한 오해 속에서 나를 설명하기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평화는 때로 관계를 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것도 성숙이지만, 나를 상처 내는 관계에서 물러나는 것도 성숙이다. 이제 나는 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만났느냐가 아니라 서로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라는 것을.


친구라는 이름은 함부로 대할 권리가 아니라 더 조심해야 할 이유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결심한다. 앞으로는 내 마음을 지키는 방향으로 살기로.


굳이 설명하지 않고, 굳이 맞추지 않고, 굳이 애쓰지 않기로.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대신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타인을 향한 배려만큼 나 자신을 향한 배려도 배우려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군가의 태도에 맡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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