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일 차, 나는 나에게 선물을 준비한다

by 민쌤

364일 차, 나는 나에게 선물을 준비한다




혹시 목표한 바가 너무 높아 버겁다면, 목표를 절반으로 줄여도 괜찮다. 완벽한 하루를 만들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을, 가끔은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나는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너무 잘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혼자서 필사를 시작한 지 364일 차.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펼쳤고,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었다.


내일이면 365일. 1년이다.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게으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1년을 채워가고 있다니.


예전의 나는 늘 시작만 했다. 시작은 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하다가 포기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결국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필사는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그저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써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쌓이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필사를 하지 않으면 내 하루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책 속 문장을 옮겨 적으며 나는 조금씩 나 자신에게 가까워졌다.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이 결국 내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필사를 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나는 나를 붙잡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매일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는 일이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필사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었다.

“잘했어.”
“너는 정말 대단해.”
“너는 지금 너의 삶을 다시 쓰고 있어.”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조금 참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일은 나에게 정말 큰 날이기 때문이다.
365일, 1주년.


나는 내일을 위해 작은 계획을 세웠다. 필사 책을 가지런히 놓고 그동안 함께한 볼펜들도 한쪽에 나열해 둘 것이다. 닳아버린 펜들, 잉크가 끊겨가던 펜들, 한참을 쓰다 버려진 펜들까지. 그 펜들은 내가 그 시간을 살아낸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버텨낸 날들의 흔적이고,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쓴 마음의 조각이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것이다. 그리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마음껏 만끽할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증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보내는 “잘 살아냈다”는 기록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감동의 일기를 쓸 것이다.


이 1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날을 견뎌냈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에 포기하고 싶었는지. 그럼에도 결국 책을 펼쳤던 그 작은 용기들을 적어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1년을 채웠다고 끝이 아니라 1년을 채웠기 때문에 나는 또 다른 1년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큰 목표를 말한다. 성공, 성장, 변화, 인생역전.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의 한 페이지라는 것을.


오늘도 한 줄.
내일도 한 줄.
그 한 줄이 쌓여
결국 나라는 사람을 바꿔놓는다.


그래서 나는 내일 나에게 선물을 줄 것이다.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표시, 내가 나를 끝까지 믿어준다는 증거. 그 선물은 내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축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해주고 싶다. 목표가 너무 높아 버겁다면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


대신 멈추지 말자. 그리고 어느 날 내가 나를 뿌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꼭 나에게 선물을 해주자. 나는 내일, 그 선물을 받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확신한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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