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어떤 사소한 즐거움을 갖고 계신가요?”
사소한 즐거움이라니.
나의 하루는 늘 바쁘고, 정신이 없고, 어쩌면 즐거움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는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들의 방학까지 겹쳤다. 삼시 세 끼를 챙겨야 하는 일이 내 일상에 추가되었다. 안 그래도 학원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글을 쓰고, 필사를 하며 하루를 채우기에도 숨이 찼는데 밥까지 세 번이나 차려야 한다니.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 조선시대 어머니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또 꾹 참고 해낸다. 왜냐하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쉬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 쉬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사람. 몸은 지쳤는데 마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또 무언가를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그게 나다.
그래서 나의 하루는 늘 바쁘다. 바쁘다는 말로도 다 설명되지 않을 만큼 정신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가 절대 잊지 않고 지키는 것이 있다. 바로, 나만의 사소한 즐거움이다.
나는 일주일에 2~3번 라인댄스를 하러 간다. 그리고 일주일에 1~2번은 사람들과 술 한잔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바쁜데 굳이 운동까지 하고, 술자리까지 가요?”라고.
그런데 나는 안다. 그 시간이 없으면 나는 금방 무너진다는 것을. 내가 라인댄스를 하러 가는 건 단순히 춤을 잘 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대에 서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 시간만큼은 학원 원장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고, 누군가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도 아닌 채로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나를 살아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람들과 술 한잔 마시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그저 웃고 떠들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이 내겐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술도 운동도, 결국 체력이 없으면 못 하겠구나. 예전에는 술이 술술 넘어갔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만 마셔도 픽픽 쓰러져 잠이 든다.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에게 내가 지는 느낌이다.
라인댄스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스텝 몇 번 밟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이제는 스텝을 밟자마자 다음 날부터 근육통이 찾아온다. 종아리, 허벅지, 어깨, 허리…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내 몸이 이렇게까지 약해졌나?’
싶어서 웃음이 나오다가도 한편으론 서글퍼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고통이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 그런데 그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고통 속에 숨어 있는 묘한 쾌락을.
운동하고 난 뒤의 근육통은 내가 오늘도 살아 움직였다는 증거다. 내가 오늘도 내 몸을 방치하지 않았다는 표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묘하게 기운이 난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그래서 나는 10년째 그걸 반복하고 있다.
“삶은 편안함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에 가까워진다.”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편안한 것만 찾다가 정작 삶을 느끼는 감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조금 아프고, 조금 힘들고, 조금 지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이 선명해질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라인댄스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춤선이 예쁜 사람도 아니다. 내가 봐도 좀 그렇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우스워서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악만 나오면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엉덩이부터 실룩거리기 시작하고,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어깨가 들썩인다.
그 순간 나는 확신한다.
‘아, 나는 이걸 좋아하는 게 맞는구나.’
잘하지 않아도 된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즐겁다는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즐거움 속에 있다.”
나는 톨스토이의 이 말이 너무 좋다.
바쁜 하루를 살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말한다.
“원장님, 너무 열심히 사는 거 아니에요?”
그럴 때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아, 그냥 하는 거예요.”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아들의 밥도 챙겨야 하고, 학원도 운영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필사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라인댄스를 하러 가는 그 시간,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그 시간, 그리고 그다음 날 찾아오는 근육통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삶의 일부다. 그 작은 즐거움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내가 잘 살아내고 있다고 믿는다.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삶이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걸 매일 다시 확인한다. 나는 오늘도 그 사소한 즐거움을 붙잡는다. 그 즐거움이 나를 살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