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보내는 계획
2026년 구정 연휴는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_연휴를 보내는 계획
2026년 구정 연휴를 어떻게 보낼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서울로 올라갈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친정 식구들이 있는 서울은 언제나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는 그 계획이 무산됐다. 기차표를 구하는 것부터가 전쟁이고, 차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왕복 10시간의 여정은 명절이라는 이름 앞에서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금방이라도 짐을 싸서 서울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게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절은 늘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연휴를 ‘집에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그 시간 안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읽고 싶었던 책 두 권. 그리고 지금 작업 중인 글 초고을 완성하는 것. 말만 들어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계획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안다. 계획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집에 있으면 보이지 않던 집안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리해야 할 것, 닦아야 할 것, 미뤄둔 일들이 갑자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처럼 나를 붙잡는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을 켜게 되고, 잠깐 쉬려던 마음이 어느새 몇 시간의 유혹으로 바뀌어버리기도 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편안하지만, 집중하기에는 너무 많은 방해물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연휴 첫날부터, 나는 밖으로 나가기로.
밀린 집안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눈에 거슬리는 것들만 잠깐 정리한 뒤, 더 큰 잡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집을 나서면 불필요한 일들이 줄어든다. 집을 나서야 비로소 내 시간이 시작된다.
연휴는 짧다. 5일이라는 시간이 길어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금방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이번 연휴는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알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으로 남기고 싶었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필사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명절이라고 해서 루틴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연휴야말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시간이라고 믿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쳤던 생각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방에 책 한 권과 노트, 그리고 노트북을 챙겼다. 이번에 아주 가벼운 노트북 백팩을 하나 샀다. 등에 딱 붙는 착용감이 좋았고, 손으로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3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작은 소비 하나가 내 하루를 설레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연장이 준비되었으니, 이제는 내가 움직일 차례다. 나는 오늘 공원으로 향할 것이다. 천천히 걸으며 바람을 맞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색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꼭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것이다. 이 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거나,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학원 원장으로서, 그리고 매일을 성실히 살아내는 사람으로서.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늘 뒤로 밀려났다. 그래서 이번 명절은 내게 주어진 작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서울에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대신 나는 나를 만나기로 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어쩌면 이번 연휴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명절이 아니라,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명절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 연휴 첫날의 시작이다.
나는 오늘을 잘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남은 연휴도 후회 없이 채우고 싶다. 명절은 결국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보냈느냐’가 더 오래 남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연휴를 내 삶에 따뜻하게 기록하고 싶다. 알차게, 그리고 다정하게.
“오늘을 잘 사는 사람이 결국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