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우리 동네 혜자스러운 맛집

내 마음속 고향

by 민쌤

우리 동네 혜자스러운 맛집

내 마음속 고향



우리 동네에는 뼈해장국을 파는 맛집이 있다. 해장국은 종류가 많지만 나는 묵은지나 시래기가 들어가 있는 뼈해장국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고기를 특별히 좋아한다기보다 그냥 있으면 먹는 정도다.


예전에 엄마가 순댓국집을 하셨다. 매일 아침 돼지머리를 삶아 국을 끓이셨고, 덕분에 내 옷과 몸에서는 항상 돼지머리 삶는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무리 씻어내도 아무리 때타올로 피가 날 정도록 박박 닦아내도 그 냄새는 내 몸에서 떠나질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앉아 있으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냄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고, 싸움도 자주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되었고, 그 영향으로 고기, 특히 돼지고기를 썩 좋아하지 않게 됐다.


그래도 엄마는 고기 특유의 냄새 없이, 묵은지와 함께 매콤하고 고소한 뼈해장국을 자주 끓여주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묵은지나 감자가 들어간 뼈해장국을 유독 좋아한다. 가끔 고기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고 실망할 때도 있지만, 정말 잘하는 집을 발견하면 질릴 때까지 찾아가 먹기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엄마의 음식을 먹을 수 없지만, 다행히 동네에 엄마가 해주시던 맛과 비슷한 뼈해장국집이 있어, 엄마 생각이 나거나 얼큰한 음식이 당길 때면 그곳을 찾는다. 푹 삶아져 뼈가 으스러질 듯 부드러운 고기, 얼큰한 국물, 흐물흐물하게 잘 익은 묵은지를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 한 그릇 앞에 앉아 있으면, 잠시지만 그 시절 엄마의 부엌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음식을 넘길 때면 엄마의 손맛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그래서일까, 그곳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 하루가 조금은 덜 허전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집은 내게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마음속 작은 고향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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