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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민경
May 02. 2024
#6. 너를 만나고, 너를 보내고
잘 가. 내 사랑.
드디어 봄이 되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따뜻한 봄이었던가.
알콩이는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어느덧 34주에 접어들었다.
몸무게도 2kg 가까이 늘었다.
알콩이가 자란 만큼 나의 배 역시 커져만 갔다.
내 생일을 이틀 앞둔 3월 12일.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자 무언가 ‘왕’ 하고 쏟아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양수였다.
배가 터져서 출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배가 커져 있던 상태였다.
서둘러 짐을 싸고,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드리고, 한동안 떨어져 있을 첫째에게 진한 포옹을 한 후,
집을 나섰다.
교수님께서 최대한 빨리 수술할 수 있는 시간을 잡아주셨고, 긴급수술 준비에 들어가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한 수술이 아니었고, 출산하자마자 알콩이는 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향해야 했기에 여러 과의 협업이 필요했을 텐데 다행히 1시간 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양수가 터지자 어마어마한 진통이 찾아왔다.
첫째를 출산할 때, 임신중독증으로 긴급 수술했던 터라 출산 진통을 경험해 본 적이 없던 나였다.
고작 1시간의 진통이었지만
으. 이 아픔이란.
출산하기도 전에 통증 때문에 알콩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신랑의 손을 잡고 다 잘될 거야 눈으로 인사한 후, 난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잠깐의 대기시간.
혼자 차가운 수술대에 덩그러니 누워있으니 그제야 정신이 차려졌다.
‘이제 만나는구나. 이제 떠나는구나.’
알콩이를 만난다는 생각보다 이제 더는 달콩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만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떠나보낼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뒤섞였다.
나의 모든 임신 과정을 함께 해주셨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제 곧 마취가 시작될 것이고, 교수님은 그 이후에 오신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교수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을 전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교수님. 드디어 아기들이 태어나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달콩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 좋은 곳으로 잘 가라고.
달콩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34주 4일. 2.2kg.
아주 작고 소중한 우리 알콩이는 신생아중환자실로 향했고,
달콩이는 내 곁을 떠났다.
교수님께서 오셔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셨다.
알콩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건강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검사들이 실시될 예정이고,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알콩이의 퇴원은 일정 주 수(36주)와 일정 몸무게(2.5kg)를 넘기고 건강상 문제가 없을 때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때까지는 인큐베이터에서 자라야 했다.
그리고 건네신 말씀.
출산 직전 내가 드렸던 부탁 잘 전달받았다고.
달콩이를 마주했을 때,
교수님을 비롯한
수술실에 있는 모든 의료진이 묵례로 기도해 주셨다고.
잘 보내주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정말로 떠난 달콩이를.
이제는 진짜로 보내줘야 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아프셨는데 나의 출산 다음 날 돌아가셨다.
사실 출산 전 주말 외할머니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셔서 엄마가 외할머니가 계신 지방으로 가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웬일인지 다시 좋아지셔서 며칠 더 사실 수 있을 것 같으니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그때 하늘을 날아다니시며 자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시지 않으셨을까.
그러다 우리 예쁜 손녀 민경이에게 왔다가 곧 출산할 것을 아시고
온 가족이 본인으로 인한 슬픔이 아닌,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래서 생을 더 이어가신 것이 아닐까.
할머니와 달콩이.
모두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이었다.
“
할머니. 우리 달콩이 만났어?
하늘에서 만나면 함께 손 붙잡고
외롭지 마세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야 해요.”
“경아.
아무 걱정하지 마래이. 다 잘 될끼다.
”
keyword
출산
죽음
생명
Brunch Book
내 마음에 손을 내밀 때
04
#4. 두 아이를 품는다는 것
05
#5.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06
#6. 너를 만나고, 너를 보내고
07
#7. 붉고 작고 소중한 생명체
08
#8. 소리 없는 눈물
내 마음에 손을 내밀 때
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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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육아. 행복한 일상 속. 멈춰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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