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아들이 방문을 살짝 열고담담한 목소리로말했다. 전날 오전 증상으로 봤을 때 당연한 결과였다.하지만'양성'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문 사이로아들과나를 가로막는 투명한가림막이 툭 떨어지는느낌이었다.
아들은증상이 발현된 날 오전부터 미열이 나고 잔기침을했다.처음엔 신학기스트레스로몸살이 난거라생각했다.그런데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미리 사놓은 자가진단키트로검사를 했다.빨간색 한 줄이선명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한 줄이존재감을 드러냈다.
"양성이다! 어떡하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증상은심하지않았지만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알츠하이머인아버지 증상이 부쩍 심해져 가족이 교대로 간병 중이었다.어제는 올케 언니의 확진 소식을 들은 터였다.
아들이 선별 진료소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갈 준비를 하는 사이, 나도서둘러 검사를했다. 코로나 이후처음 해보는 검사였다. 결과를 기다리는데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빨간색 한 줄에그쳤다. 남편도 직장에서 자가진단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연락이 왔다.결과를 지켜보던아들이 혼자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2시간 반 대기 후 pcr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아들은 곧바로자가격리에 들어갔다.방 안 청정기를 터보로 가동하고거실과 안방 화장실을 분리했다. 따뜻한 물과손 소독제, 여분 마스크를방 안에 넣어주었다. 본인 방안과 방문 옆화장실로아들의 동선을 한정했다. 평소에도 아들이 주로 오가는 동선이라 큰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먹고 자고 게임하고 온라인 수업하며 오미크론과 함께 하는 일상이 시작됐다.
오미크론, 불청객이 우리 집에 찾아온지3일째 되는 날이었다.확진자 가족지침에 따라,남편하고 이른 아침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8시 50분에도착했지만 대기줄이 건물을 돌고 돌아 꼬리를 물었다.옷깃을 파고드는 봄바람에콧물이 절로 나왔다. 대기줄 곳곳에서 기침소리가들렸다.검사 대상인지 확인하는 천막 앞에 이르니 11시였다. 확진자 가족 문자를 보여주고 전자문진표를 작성했다. 천막 안을 통과해 매표소처럼 생긴 창구 앞에 섰다. 신분증과 문자를 보여주니 검체통을 건네주었다.다시 대기 줄을 따라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방호복을 입은 안내자가 밀폐된 공간으로 한 사람씩 순차적으로 들여보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검사실에들어가 검체통을 전달했다.가림막 안에 앉아 계시는 분이코만 보이게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위로올려달라고 했다. 면봉이 1~2초 짧지만 강렬하게코 속을 깊숙이 후볐다. 이물질의 공격이 주는쏴한 불편감이 온몸으로전해져 왔다. 휴우, 끝났다.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아놓은 약을동네약국에서 무료로 받아왔다.다음날 오전,음. 성. 문자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역지사지라고, 확진자 가족이 되어보니 먼저 확진된 사람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코로나 초기에 입원과 격리를 먼저 경험했던 사람들의마음고생이얼마나 컸을까. 재작년 겨울에 확진되어 입소한 적 있는 지인의 이야기를 두계절 지나 들었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와 달리 이달 들어 확진자에 대한 시선이 많이가벼워졌다.사회적 거리두기분위기도사뭇 달라졌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QR코드가 사라졌다. 심적 부담을 주던 확진자 동선 파악(역학조사)도없어진 지오래다. 반면에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자수가 40만을 돌파했다.어제도 오늘도 확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독감이라는 단어 속에 '자가격리'가 묻히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오늘 드디어 아들의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오미크론, 불청객이 우리 집을떠나는 날이다.하루 세끼꼬박꼬박 아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던 나의 일과도 해제된다. 나와 아들 사이를 가로막던 가림막도 없어진다. 자. 이제 자가진단 검사를 시작해볼까. 확진자 가족의 마지막 통과의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