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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r 28. 2022

나는 인싸일까? 아싸일까?

- 온택트 인연,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우리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나타났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 중에서




나는 인싸일까? 아싸일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집저집 문턱을 넘나들며 '인싸'와 '아싸'의 신조어가 생겼다. '인싸'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이다. '아싸'는 사람들 사이에서 떨어져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로,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이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으며 확진 유무에 따라 '인싸'와 '아싸'로 재미 삼아 이야기된다.



우리 집에도 '인싸'가 한 명 늘었다. 지난주 수요일 아들의 자가격리가 끝나고, 어제부터 남편의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2:1 우리 집 '인싸'와 '아싸'의 가족 수에서 살짝 기가 밀린다. 다시 한번 확진자 가족이 된 나는 오늘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남편은 내심, 같이 확진되어 함께 쉬고 싶어 하는 눈치다.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을 도 열이 없으니 견딜만해 보인다. 백신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맞아서인지 아들도 증상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갔다. 남편이  자가격리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바빠진다. 증상이 약한 경우는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라고 확진자 가족들이 반응한다.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니 하루 세끼 챙기는 것부터 일이다. 게다가 불청객 오미크론으로부터 나를 지켜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선별 진료소에 들러 코를 후비고 왔다. 정말 깊숙이 넣어 후벼 팠다.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된다. 그나마 대기줄이 짧아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목이 칼칼하고 조금 따끔거린다. 증상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경계에서 갈대처럼 흔들거린다. 내일 오전에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경계선을 넘어 '인싸'가 될까? '아싸'로 살아남을까? 내 마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섯 명이 제주도 당일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결국 오미크론 기세에 밀렸다. 밀접접촉자인 남편과 동침 중인 오미크론을 물리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사람들 속에서 달갑지 않은 '인싸'로 군림 중인 독불장군 오미크론의 행보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제 그만, 존재감을 독보적으로 드러냈으니 안녕을 고하자, 오미크론!'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얻은 것도 다. 그건 바로 택트(On-Tact) 인연이다. <신나는 글쓰기> <따스한 문장> <내 글에서 빛이 나요> <하루키 연대기> <우리, 이제 철 좀 듭시다> 등 지나온 모임까지 헤아리면 열 손가락이 넘는다. 이 정도면 온택트 인싸인가? 온택트 인연들과 공통의 주제로 삶을 돌아보고 경험을 공유하며 오늘과 내일을 재정비한다. 류시화 시인의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라는 글에 공감하는 이유다. 온택트 인연,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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