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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an 06. 2023

행운의 여신이 되어줄게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2020



못난 어른들은 네 앞길이나 잘 챙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너나 잘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하는 말들이 비겁해지라는, 눈을 감으라는 말인 줄도 모르고. (...)
나는 두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리고 나는 언제고 아직 비겁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두 녀석의 인생에 타이밍이 되고, 운이 되고,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줄 생각이다. 녀석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p.88)



인간 모두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요즘 내 앞가림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다른 사람 생각할 시간에 네 앞길이나 잘 챙기라'말을 듣고 자란다. 아직 세상과 타협하며 비겁해지는 법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아이불행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두려움과 절망 속에 살아가 친구의 불행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있다. 이꽃님 작가의 청소년 장편소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이꽃님 작기는 이전 작품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대만에서 출간된 데 이어 최근 일본에서 출간이 확정되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준비 중이다. 베스트셀러 작품 이후 2년 반 만에 내놓은 책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초월적 존재인 특별한 화자(행운) 등장해 따뜻함과 희망을 전한다는 이 인상적이다. 이꽃님 작가가 쓴 이외  작품으로는 <이름을 훔친 소년>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공저), 동화 <악당이 사는 집> <귀신 고민 해결사>가 있다.



이 책은 따뜻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형태의 폭력에 맞닥뜨리며 사는 청소년들의 우정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작중 화자(행운)가 열다섯 살 형수와 우영의 일상을 관찰하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녀석은 피시방에서 돈을 빌려달라아이들을 피해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낡은 피시방을 들락거린다. 그러 중에 우연히 같은 반 아이 은재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한다. 은재는 왕따를 자처하는 아이다. 5월에도 카디건입고 다닌다. 그런 은재의 집에 '아빠'라는 이름의 괴물이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수와 우영, 두 녀석의 인생에 다가오는 중인 행운이 은재에게도 다다를 수 있을까?



누군가의 선행 이야기는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작중 화자(행운)의 목소리는 비현실적이기보다 친근하다. 평범한 두 녀석으로부터 시작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운'이 가여운 은재에게 연결되기를 응원하게 만든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내달리던 은재의 발 앞에 축구공 하나가 굴러올 때 우연이 아닌 행운이길 소망하게 한다.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에 작은 관심과 온기를 전하는 따스한 책이다. '행운'이라 불리는 작중 화자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오히려 현실감 있게 다가오 가독성을 높여준다. 친구 관계와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청소년들과 이러한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공감과 치유의 도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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